1908년 3월 8일 뉴욕과 오늘의 대전

김인식 대전시사회서비스원장

2025-03-11     충청투데이

세계 최대 도시 뉴욕. 1908년 3월 8일, 대규모 시위대가 뉴욕 거리를 가로지르며 외쳤다. "우리는 빵을 원한다! 그리고 장미도!" 빵은 굶주림을 채우기 위한 것이었고, 장미는 그들의 권리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당시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은 먼지가 가득한 열악한 작업장에서 하루 12~14시간씩 일해야 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극도로 열악한 조건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이후 유엔은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1977년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는 올해로 40회째 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4년 글로벌 성별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46개국 중 94위를 기록했다. WEF는 경제활동 참여, 교육, 건강, 정치 등 4개 분야에서 성별 격차를 수치화해 발표한다.

대전·세종의 성평등 수준은 다른 시도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를 보이며 2019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세부 지표(단위 점수)로 교육·직업훈련(대전 95.9, 세종 97.6), 보건(대전 99.5, 세종 96.9), 복지(대전 87.0, 세종 97.0) 등은 높은 점수를, 의사결정(대전 51.2, 세종 51.1), 가족(대전 69.6, 세종 67.6) 분야는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광역 및 기초의회 여성 의원 비율, 5급 이상 여성 공무원, 관리자 비율 등 주요 의사결정 지표와 가사노동, 가족관계 만족도, 육아휴직자 수 등 가족 지표에서 여전히 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대전시사회서비스원은 지난해부터 여성가족부 지정으로 ‘양성평등센터’를 운영하며 지역 내 양성평등 문화 확산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성인지 관점의 지역 정책 모니터링 117회, 찾아가는 양성평등 교육 988명, 민관군 페스티벌 1358명 홍보, 사회서비스엑스포 2000명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또한 ‘대전시 양성평등 기금’ 공모사업을 통해 다양한 성평등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동구는 동대전장애인성폭력상담소가 특수학급 학생 및 학부모 380명에게 성인권 교육을, 중구는 평화여성회가 160명 대상 갈등조정자 양성과정을 운영했다.

서구는 기아대책이주여성쉼터와 함께 이주여성 30명을 대상으로 ‘엄마도 다문화 강사’ 역량 강화 사업을 진행했고, 대덕구는 대덕구육아복합마더센터가 ‘양성평등 마을축제’를 열어 임산부 체험, 아빠 요리 체험 등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유성구는 대전 YWCA와 함께 ‘1인 가구 자기 돌봄 포럼’, ‘구암동 보물찾기’ 사업 등을 통해 시민의 성평등 인식 향상을 도모했다. 2025년에는 딥페이크를 활용한 성범죄 예방을 위한 시민감시단 운영, 중소기업 대상 일·생활 균형 및 양성평등 조직문화 조성 지원 사업 등을 새롭게 추진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지역의 다양한 기관들과 협력해 양성평등 거점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세계 여성의 날 40주년을 맞아, 1908년 뉴욕 거리에서 외쳤던 ‘빵과 장미’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우리 사회의 여성들이 진정한 ‘장미의 권리’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