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이틀에 1명꼴 살해, 대책 마련 절실하다

사설

2025-03-09     충청투데이
외도를 의심해 말다툼을 벌이다 끝내 여자친구를 살해한 50대 A씨가 2024년 5월 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출석을 위해 청주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2024.5.23 사진=연합뉴스.

지난 한 해 동안 남편·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이 최소 181명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는 충격적이다. 이틀에 한명 꼴로 귀중한 생명을 잃은 셈이다. 이는 언론 보도만을 분석한 결과로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여성의전화가 7일 밝힌 ‘2024년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를 보면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181명, 살인미수 등으로 생존한 여성은 374명이다. 유가족과 생존여성들이 겪는 트라우마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살인 피해자 유형별로는 전체 181명 중 배우자에 의한 살인이 72명, 연인관계가 104명, 일방적 교제 5명 등으로 나타났다. 데이트 폭력과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배우자를 살해한 이유가 황당하다. "음식이 맛이 없어서, 늦게 귀가해서, 전화를 받지 않아서" 등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우발적인 살해도 상당한데 그렇다고 죄를 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피해자를 자신의 소유물로 보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며칠 전 30대 남성이 충남 서천군 사곡리의 한 인도에서 4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끔직한 일이 벌어졌다. 앞서 지난해 10월 경기도의 한 부대에 근무하는 장교 양광준(39)이 연인을 자신의 차량에서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사건이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하나는 묻지마 범죄의 전형이다.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무참히 살해했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또 하나는 파트너에 의한 살인의 전형이다. 친밀성에 기반 한 젠더폭력이라 하겠다.

여성 살해와 관련한 공식 통계조차 없다는 건 지나칠 일이 아니다. 가정폭력 피해자 중 불과 0.8%만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친밀한 관계라서 그랬을 수 있다. 하지만 위기를 감지했을 때 적극 외부의 조력을 받을 필요가 있다. 처벌강화를 통해 주위를 환기시켜야 한다. 사회적 안정장치가 잘 돼있는지 돌아봐야겠다. 무엇보다 가해자의 인식변화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