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대출 돌려막던 2030 '개인회생' 파산 엔딩

[빚내서 투자 달콤한 유혹] B씨, 소득 넘은 유흥비 지출로 대출 반복 주변 권유로 빚 내고 감당 못해 개인회생

2025-02-26     조선교 기자
도박. 그래픽 김연아 기자.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1. 대전에 거주하며 배달일을 하던 20대 남성 A 씨는 2년 전 급전이 필요해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았고 이후 이자 변제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지속했다. 그러던 중 그는 친구로부터 돈이 된다는 얘길 듣고 추가로 빚을 내 가상자산(코인)에 투자했다. 결과는 좋지 못했다. 이후 손실을 만회하려던 A 씨는 스포츠토토와 불법 온라인도박에 손을 댔고 첫 대출 당시 200만원 전후였던 빚은 6000만원까지 불어났다.

#2. 충남지역 20대 여성 B 씨는 한 달 200만원 안팎의 월급을 받고 생활해왔다. 그러던 중 생활비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신용카드를 만들었고 이후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됐다. 카드값은 곧 소득을 앞섰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카드를 만들거나 대출을 받았다. 1~2년 새 그의 부채가 기록된 업체는 총 12곳. 당초 처음 카드를 만들었던 카드사 빚은 현 시점에선 60여만원에 불과했지만 부채가 부채를 낳으면서 그의 빚은 7000만원까지 늘었다.

청년층의 부채와 개인회생이 크게 늘면서 그 배경에 사회적 이목이 쏠리고 있다.

26일 충청투데이가 확보한 대전·청주지법 2030세대 개인회생 사례에서는 핵심 키워드로 전세사기와 카드 돌려막기, 주식·코인 투자, 불법도박 등이 부각됐다.

최근 1년간 사례 중 40건을 선별해 살펴본 결과 상당수는 전세사기 여파가 주된 원인으로 파악됐다.

대전의 경우 전세사기 발생 건수가 서울·경기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데, 이로 인한 개인회생 역시 늘고 있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세사기 이외도 보이스피싱, 휴대전화 소액결제 사기, 코인 사기 등이 개인회생으로 이어진 사례도 일부 확인됐다.

분석 사례 가운데 절반 이상은 카드와 대출 등 대금 ‘돌려막기’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체로 B 씨 사례처럼 생활비 또는 유흥비를 이유로 신용카드를 만들거나 온라인 비상금 대출을 받은 뒤 점차 소득을 넘어선 지출로 악순환에 직면하고, 이후 대금을 갚기 위해 추가 대출을 반복하다가 채권 추심을 견디지 못해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례들이다.

이들 사례 중 20대의 경우 대부분 5500만~1억원 미만의 채무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A 씨 사례처럼 코인 투자 또는 도박으로 부채가 급증한 사례도 일부 개인회생이 개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사례 대부분은 공통적으로 자본금 등 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돈을 쉽게 만질 수 있다’는 주변의 권유에 빚을 내 시작하게 된 뒤 개인회생에 이르게 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주식 손실을 코인으로, 또 코인 손실을 도박으로 메꾸려 한 상황들이 일부 사례에서 유사하게 나타났고, 생활비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손실 회복을 목적으로 서민금융진흥원 대출까지 받아 코인 또는 도박에 쓴 점 등이 부각됐다.

이러한 코인 투자, 도박 등으로 인한 빚은 ‘불성실한 채무’로 분류돼 통상 개인회생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엔 회생 개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영역까지 개인회생을 통해 채무를 감면해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최근 청년들은 도움받을 사람이 없는, 사회적 고립으로 인해 개인회생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며 “재기를 지원한단 관점에선 개인회생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앞으로 투자로 인해 빚더미에 앉는 사례는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선제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