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공학 전공 엔지니어 출신 ‘공순이’… “기술이 최우선”
[여명구의 펀펀한 스토리] 이미연 유진테크놀로지 대표 “내가 하고싶은 일 하고파” 자본금 3000만원으로 회사 설립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등에 부품 납품하는 1차 벤더 4개국 5곳 해외법인 투자·기술부분에 도움되고자 발로뛰어 올해 ‘인터배터리 어워즈 2025’ 선정 제품 우수성 인정받아 JR에너지솔루션과 2차 신주인수계약 체결 기대감 주가급등 바쁜 일정 속 여성·청소년 대상 강의… “내 경험치 도움되길”
[충청투데이 김진로 기자] 우리 주변에는 자신이 맡은 업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여전히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여명구 충청투데이 대표가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우리네 이웃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들여다보고 이들의 열정을 조명하고자 한다. 여 대표 특유의 친화력과 격의없는 화법으로 상대방을 단숨에 무장해제 시키는 유쾌한 인터뷰를 연중 게재한다. <편집자 주>
주가가 30% 상한가를 기록한데 이어 ‘인터배터리 어워즈 2025’에서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는 등 최근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2010년 5월 설립한 ㈜유진테크놀로지다. 이 회사는 이차전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정의 자동화 장비, 이차전지용 정밀 프레스 금형, 정밀부품 제작 그리고 배터리의 터미널 역할을 하는 리드탭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 기업은 국내 대기업 납품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 도전장을 던지는 공격적인 경영철학을 고수하는 기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공격적인 경영은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연구개발과 투자를 확대한 결과 미국, 중국, 폴란드, 헝가리 등 4개국 주요거점에 생산능력을 갖춘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법인 운영 결과 유진테크놀로지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시장 트렌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유진테크놀로지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기술력과 젊은 패기로 끊임없는 도전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대외 영업을 총괄하는 이미연 대표의 합리적인 경영 마인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대표는 대외 영업을 총괄하는 업무 상 연중 절반 정도를 해외에 머물 만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2025년 새해에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설 연휴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해외 출장길에 올라야 했다. 새해 벽두부터 해외 출장에 나선 것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과 함께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도 누구보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이 대표지만 빼놓지 않고 챙기는 중요한 일정 중 하나는 여성과 지역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 역할이다. 이는 세계시장에 뛰어들었던 자신의 소중한 경험을 지역 여성들과 꿈나무들에게 전수해 주겠다는 일념에서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인 이 대표는 자신을 ‘공순이’라고 부른다. 이 시대의 ‘공순이’를 만나러 청주산업단지에 위치한 유진테크놀로지 공장을 방문했다.
올해 들어 유진테크놀로지에 희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회사 주가가 30% 상한가를 기록한데 이어 ‘인터배터리 어워즈 2025’에서는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소감을 먼저 물었다.
이 대표는 "‘인터배터리 어워즈 2025’는 한국배터리산업협회와 코엑스가 우수한 배터리 제품 및 기술을 선정해 시상하는 상"이라며 "24일 열린 2025 인터배터리 어워즈 시상식에서 유진테크놀로지는 ‘리드탭·모서리 가공 및 친환경 표면 처리기술’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어워즈를 수상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가가 30% 급등한 것에 대해서는 "지인들로부터 전화를 받고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한 사실을 알았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상한가를 기록한 이유에 대해선 "최근 JR에너지솔루션과 2차 신주인수계약 체결 소식에 따른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해석한다"고 짧게 답했다.
향후 투자를 하면 이익을 기대할 수 있겠냐는 우문에 "사실 주가는 잘 모르겠다. 적어도 먹튀 기업은 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엔지니어 출신 대표답게 기술을 올리는데 최선을 다하며 정직하게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현답했다.
◆내 맘대로 운영하고 싶어서 창업
자본금 3000만원으로 회사를 설립했다고 들었다.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의 창업 이유는 간단 명료했다. 자신이 생각한 대로 회사를 운영하고 싶어서였단다.
이 대표는 "2010년 자본금 3000만원으로 창업했다. 당시에는 어떤 가능성을 보고 창업을 한건 아니었다"면서 "단지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정책 등이 나와는 잘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단순하게 그냥 내 맘대로 회사를 운영해보고 싶어서 창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창업 후 나를 찾는 사람들이 편하게 일 할 수 있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였다"면서 "그래서 업무 스타일도 업체에 꼭 필요한 사람, 나와 일을 하면 편하게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망하지 않고 16년차 기업이 됐다"고 웃음 지었다.
◆해외 추가 진출 긍정 검토
유진테크놀로지는 배터리를 생산하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의 업체에 직접 납품하는 부품업체인 1차 벤더다.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해외 생산법인 설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해 적자전환 등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로 해외법인 설립을 추진할지 여부를 물었다.
이 대표는 "지난해 힘들었다. 이차전지 캐즘(일시적 침체)을 떠나서 글로벌시장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기업들 때문에도 더 힘든 상황이다. 대한민국 기업들의 경쟁 상대는 중국 기업이 아니고 중국이란 나라와 경쟁중이다. 그렇기에 더 힘든 상황"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단가적인 차이가 너무 크다보니 대한민국의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더 안좋은 상황이다. 그래서 사실 어떤 부분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부분도 있다"면서 "올해도 많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민국 대기업들이 대한민국의 중소기업 제품들을 쓸 수 있게 대한민국 정부에서 대기업들한테 혜택을 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했다.
그러면서 "배터리의 특성상 해외 사이트에서 생산하는 상황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다 보니 유진테크놀로지에서 생산하는 아이템 특성상 같은 나라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나가 있는 현지에 (유진테크놀로지)법인을 설립하게 됐다"면서 "현재 대한민국의 여러가지 법규와 정책으로 대한민국에서 제조 회사를 한다는 것이 매우 힘든 상황이고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이 없기에 보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보다 저렴한 인건비와 인력 공급이 가능한 나라에 생산법인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외 법인 추가 설립 가능성을 내비쳤다.
◆빠른 결정을 위해 해외 출장
이 대표에게 4개국 5곳의 해외법인을 직접 관리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는 "유진테크놀로지는 한국 청주에 본사를 두고 있고 화성에도 장비 제작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해외 법인은 미국에 2곳의 법인, 헝가리, 폴란드, 중국에 각각 생산법인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이들 법인에서는 이차전지 생산에 관련된 소재, 부품, 장비를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해외 출장에 나서는 주된 이유는 해외 법인들의 투자나 기술적인 부분 영업에 대해 도움을 주기 위해서란다.
이 대표는 "유진은 대부분의 직원들이 엔지니어들이다. 이들은 사람 관계에 대해 어려워하는 부분들이 많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또 해외법인들의 상황을 직접 보고 체크를 하고, 특히 보다 빠른 의사 결정을 돕기 위해 해외 출장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청소년 대상 일의 존엄성 강조
미국 등 4개국 5곳의 해외법인을 관리하기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이 대표는 연중 절반 이상을 해외 출장길에 나서야 한다. 국내에서 일정도 결코 녹록지는 않다. 각종 포럼과 전시회 등 참여해야 할 행사가 줄지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가 바쁜 일정에서도 빼놓지 않고 챙기는 일과가 있다. 여성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다.
이 대표는 "제가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당연히 내 일이다. 그 다음은 여성, 청소년, 스타트업 대표 등"이라며 "이들은 모두 내 경험치가 도움이 되는 이들이다. 그래서 바쁜 일정속에서도 이들에게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한국배터리협회, 이노비즈, 충북과학기술혁신원을 비롯한 충북도내 여성재단, 인재양성재단, 스타트업포럼, 이차전지협의회 등 여성과 청소년, 스타트업 관련 단체의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제가 하는 외부 활동의 기준은 여성,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일의 존엄성을 알리는 것"이라며 "이들에게 일의 존엄성을 알려주려고 강의 일정은 빼놓지 않고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제가 16년 동안 회사를 운영하면서 겪었던 많은 실수들을 공유하고 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좀 더 수월하게 일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면 조금은 세상이 좋아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대학시절, 여학생 탈을 쓴 남학생
이 대표는 대학시절은 어떤 학생이었는지, 남편인 여현국 대표와의 인연도 궁금했다.
그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당연히 여학생은 소수였고 남성 친구가 더 많았고, 더 편했던 것 같다"면서 "유년 시절 동네에서도 남자 친구들을 데리고 다니는 입장이었다. 학창시절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여학생의 탈을 쓴 남학생"이라고 회상했다.
남편 여 대표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이 대표는 "남편은 직장에서 만난 직장 상사였다"며 "여 대표도 기계공학이 전공이다 보니창업 초창기에는 의견 충돌이 잦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후 남편 여 대표가 기술과 품질 쪽을 도맡았고, 외향적인 전 영업과 대외적인 업무를 총괄하는 각자대표 체제로 자리잡았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자 비로소 기계공학을 전공한 자신을 스스럼없이 ‘공순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듯 했다.
공장에서 이차전지 핵심부품을 설명하는 그의 눈이 반짝였고 어느때보다 신나보였다. 이 대표가 신명나게 공장 이야기를 이어가는 영원한 ‘공순이’로 남길 응원한다.
김진로 기자 kjr6040@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