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오는 봄

김도환 문의구룡예술촌장

2025-02-20     충청투데이
▲ 김도환 문의구룡예술촌장

노란 꽃이 앙증맞다. 가여워서 보는 눈이 처연하다. 눈 속에 핀 연꽃 같다는 설연화(雪蓮花)의 꽃 이름 복수초이다. 몇 해 전 이른 봄맞이 모임을 광릉수목원에서 하였다. 철책 속 양지바른 낙엽 속에서 핀 황금색 잔 같은 봄꽃. 한자로는 복 복(福) 자에 목숨 수(壽) 자이며 ‘영원한 행복’의 꽃말이다.

긴 겨울 끝 2월 이른 봄에 맞았던 복수초는 반가움 속에서 귀엽고 화사한 모습이 매혹적이다. 꽃을 본 마음 속 감흥이 첫 연애 같았다. 새로운 것과 마주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 그러나 실제의 봄을 맞기 전 우리네 마음에는 벌써 봄을 즐기고 있었다. 남녘의 동백, 설중매, 납매처럼 늦겨울에도 피는 꽃도 있지만, 희망과 약속의 봄을 우리들은 기대하며 셈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꽃이 활짝핀 봄의 계절에서야 비로소 ‘봄이로구나’를 느끼며 꽃 피기 전의 과정은 실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남촌에서 부는 봄바람은 싸늘한 기온 속 온화함이 스며 있다. 동화 속 옷을 벗게하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따스한 봄볕이다. 이장희 시인의 봄은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라고 묘안(猫眼)에 비친 봄을 노래하였다. 양지쪽 포근한 고양이의 졸음 속 바라보는 봄 풍경이 그러하다.


겨울 속 나무는 봄을 기다리는 잎눈과 꽃눈이 계절을 점치고 있다. 개울가 버들개는 얼음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와 고드름 녹아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봄을 기다린다. 봄에는 모두가 나서는 봄맞이로 신숭생숭해진다. 신년의 계획과 나의 약속을 봄이 왔음으로 실행의 의무로 나서는 때이다. 김윤아의 ‘봄이 오면’ 가사 대로 흥얼거림이 따르는 봄에 나를 맡기고 싶다.

행여 왕소군의 심정인 "호지에 꽃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고 읊었지만 그래도 봄과 꽃은 모두가 반기는 소식이다. 천체의 절후로 20일 춘분은 태양 황경이 0°가 되는 때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이다. 봄의 식물들은 태양의 기로 날로 융성해진다. 절기를 아는 꽃을 보려 우리의 마음이 앞서는 것이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몸소 맞는 봄의 노래를 부르며 월별 소망을 이루는 일. 봄이 오기 전 마음가짐을 잡듯이 나의 일을 조절하고 싶다. 노란 꽃다지가 어느새 씨앗으로 되어버린 봄을 원망하듯 절정의 봄을 마음으로 우선 맞아야겠다. 마음 안에 담을 봄의 기다림을 2월이 가기 전에 확정짓고 싶다.

마음은 벌써 봄 햇살 가득한 연초록의 들녘을 마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