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찾아올 이유 못 느껴” 발길 끊긴 서대전역 상권

[유명무실 ‘서대전역’ 바뀌어야] [르포] 서대전역 근처 가보니 방문객 사로잡을 콘텐츠 부족 먹자골목도 지역 특색 미흡해 머물고 소비할만한 요소 필요

2025-02-20     조정민 기자
19일 방문한 서대전역은 역 광장에서부터 한산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사진=조정민 기자
19일 방문한 오류전통시장. 몇몇 어르신을 제외하고 손님은 거의 없었다. 사진=조정민 기자

[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서대전역에 내렸을 때 ‘대전에 왔다’는 느낌은 크게 못 받은 것 같아요. 그저 지나가는 역 정도로 보여요.”

천안에서 대전을 방문한 김수현(23)씨는 아쉬움을 내비치며 이렇게 말했다.

20일 오후 방문한 서대전역은 방문객들에게 ‘머물 이유가 없는’ 곳이 된 상태였다.

서대전역을 찾는 출장, 여행, 모임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방문객들을 사로잡을 콘텐츠가 미비했다.

기차에 내려 바로 마주하는 공간인 대합실 내부 뿐 아니라 역 광장 인근조차 음식점, 카페 정도가 전부였다.

서점이나 문화 공간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오피스텔 상가 몇 개만이 방문객을 맞이하는 공간이었다.

그나마 있는 상가조차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는 공실도 있어 썰렁한 느낌은 배가 됐다.

기차 시간이 남아 여유가 생기더라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이다.

대전역의 경우 휴식, 토론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무료 복합문화공간 청춘나들목이 마련돼있지만 서대전역에는 이 같은 공간이 없다.

출장이나 모임 차 서대전역을 방문해도 간단한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보니 역 인근을 벗어나야 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이날 서대전역에 내린 방문객 대부분은 곧장 택시 승강장으로 향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역을 떠났다.

19일 방문한 오류동 상점가 맛동네길 특화거리 입구. 식당이 줄지어 있었지만 방문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진=조정민 기자
19일 방문한 오류동 상점가 맛동네길 특화거리. 식당이 줄지어 있었지만 방문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진=조정민 기자

대전에 사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방문한 김 씨 역시 역 근처를 구경하기보단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는 “친구가 서대전역 근처에 살아 여기서 내렸지만 이런 이유가 없다면 굳이 이곳에 올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대전역은 내려서도 꿈돌이 굿즈샵 등 구경거리가 있는데 여기는 그마저도 없어보인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대전 여행을 위해 서대전역을 찾은 관광객에게도 아쉬움이 큰 곳이다.

여행객 입장에서 가볼만 한 서대전역 인근 상권 오류전통시장으로 이동했지만 기대했던 활기찬 시장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크지 않은 규모에 간단한 길거리 음식도 다양하지 않아 굳이 시간을 내 방문할 매력이 부족했다.

식사를 위해 시장과 이어진 ‘맛동네길’을 찾아도 마찬가지다.

이름처럼 먹자골목 형태를 띠고 있지만 지역만의 특색 있는 음식점보단 프랜차이즈, 술집 위주로 형성돼 관광객 시선을 끌 요소가 부족했다.

결국 서대전역과 인근 상권 전반적으로 여행객을 위한 체험형 콘텐츠, 직장인을 위한 비즈니스 공간 등 방문객이 머물고 소비할 만한 요소가 극히 제한적이었다.

여기에 최근 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비 자체가 줄며 호남선 고속화 사업, 트램 등 교통 인프라 관련 호재에도 침체된 분위기는 계속되는 실정이다.

오류동 상점가에서 만난 상인 박 모씨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아지면 뭐하나. 시장도 들러주고 가게도 찾아줘야 하는데. 트램 들어온다고 좋은 건 아직 체감이 잘 안 된다”라고 토로했다.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