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찾아올 이유 못 느껴” 발길 끊긴 서대전역 상권
[유명무실 ‘서대전역’ 바뀌어야] [르포] 서대전역 근처 가보니 방문객 사로잡을 콘텐츠 부족 먹자골목도 지역 특색 미흡해 머물고 소비할만한 요소 필요
[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서대전역에 내렸을 때 ‘대전에 왔다’는 느낌은 크게 못 받은 것 같아요. 그저 지나가는 역 정도로 보여요.”
천안에서 대전을 방문한 김수현(23)씨는 아쉬움을 내비치며 이렇게 말했다.
20일 오후 방문한 서대전역은 방문객들에게 ‘머물 이유가 없는’ 곳이 된 상태였다.
서대전역을 찾는 출장, 여행, 모임 등 다양한 목적을 가진 방문객들을 사로잡을 콘텐츠가 미비했다.
기차에 내려 바로 마주하는 공간인 대합실 내부 뿐 아니라 역 광장 인근조차 음식점, 카페 정도가 전부였다.
서점이나 문화 공간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오피스텔 상가 몇 개만이 방문객을 맞이하는 공간이었다.
그나마 있는 상가조차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는 공실도 있어 썰렁한 느낌은 배가 됐다.
기차 시간이 남아 여유가 생기더라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이다.
대전역의 경우 휴식, 토론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무료 복합문화공간 청춘나들목이 마련돼있지만 서대전역에는 이 같은 공간이 없다.
출장이나 모임 차 서대전역을 방문해도 간단한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보니 역 인근을 벗어나야 하는 실정이다.
실제로 이날 서대전역에 내린 방문객 대부분은 곧장 택시 승강장으로 향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역을 떠났다.
대전에 사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방문한 김 씨 역시 역 근처를 구경하기보단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는 “친구가 서대전역 근처에 살아 여기서 내렸지만 이런 이유가 없다면 굳이 이곳에 올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대전역은 내려서도 꿈돌이 굿즈샵 등 구경거리가 있는데 여기는 그마저도 없어보인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대전 여행을 위해 서대전역을 찾은 관광객에게도 아쉬움이 큰 곳이다.
여행객 입장에서 가볼만 한 서대전역 인근 상권 오류전통시장으로 이동했지만 기대했던 활기찬 시장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크지 않은 규모에 간단한 길거리 음식도 다양하지 않아 굳이 시간을 내 방문할 매력이 부족했다.
식사를 위해 시장과 이어진 ‘맛동네길’을 찾아도 마찬가지다.
이름처럼 먹자골목 형태를 띠고 있지만 지역만의 특색 있는 음식점보단 프랜차이즈, 술집 위주로 형성돼 관광객 시선을 끌 요소가 부족했다.
결국 서대전역과 인근 상권 전반적으로 여행객을 위한 체험형 콘텐츠, 직장인을 위한 비즈니스 공간 등 방문객이 머물고 소비할 만한 요소가 극히 제한적이었다.
여기에 최근 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비 자체가 줄며 호남선 고속화 사업, 트램 등 교통 인프라 관련 호재에도 침체된 분위기는 계속되는 실정이다.
오류동 상점가에서 만난 상인 박 모씨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아지면 뭐하나. 시장도 들러주고 가게도 찾아줘야 하는데. 트램 들어온다고 좋은 건 아직 체감이 잘 안 된다”라고 토로했다.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