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와 알러지의 역학관계
김대현 김대현내과의원 원장
2025-02-16 충청투데이
최근 감기 환자가 급증하면서 일부는 세균성 폐렴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시작되며, 대표적인 감기 바이러스는 리노바이러스(rhinovirus)다. 이외에도 코로나바이러스,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 중국에서 유행하는 HMP(human metapneumo) 바이러스, RS(respiratory syncytial) 바이러스 등이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독감과 함께 RS 바이러스가 유행 중이며,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를 중심으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
감기가 길어지는 원인은 바이러스 자체가 아닌 호흡기 점막 손상과 알레르기 질환의 동반이다. 감기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5~7일 내 자연적으로 사멸한다. 하지만 감염 과정에서 호흡기를 보호하는 점막이 손상되면, 세균 감염과 알레르기 반응이 쉽게 일어나 증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감기 바이러스는 주로 비말 감염이나 공기 전파를 통해 인체에 침입한다. 감염이 되면 점막이 손상되며, 이 과정에서 호흡기 점막이 약해지고 균열이 생긴다. 점막 손상은 보통 3~4일 안에 회복되지만, 면역력이 약한 경우 회복이 더뎌지면서 세균 감염 위험이 커진다. 특히 찬 공기, 대기오염, 운동, 스트레스, 음주 등이 반복적으로 점막을 자극하면 회복 속도가 느려지고, 2차 감염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또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경우 감기 증상이 더욱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비염, 기침형 천식, 천식 등의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점막이 손상되면 알레르겐(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쉽게 침입해 증상을 악화시킨다. 알레르기 반응이 반복되면서 점막 손상이 심해지고, 이로 인해 감염이 잦아지면서 감기 후유증이 길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겨울철에는 차가운 공기가 직접적으로 점막을 자극해 호흡기 질환이 더욱 쉽게 발생한다. 찬 공기는 점막의 수분을 빼앗아 건조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점막 손상이 심해져 바이러스와 세균이 침입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 이에 따라 겨울철에는 감기뿐만 아니라 기관지염, 폐렴 등 다양한 호흡기 질환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감기 증상이 있을 때는 점막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외출을 자제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실내 습도를 유지하고,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감기 증상이 오래 지속되거나 악화될 경우에는 세균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와 노약자는 감기 바이러스 감염 후 2차 감염 위험이 높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겨울철에는 감기 예방을 위해 외출 시 따뜻한 옷을 입고, 실내에서는 가습기를 활용해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기는 단순한 바이러스 감염이 아니라 호흡기 점막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바이러스 자체는 일주일 이내에 사멸하지만, 점막 손상이 회복되지 않으면 감기 증상이 몇 주에서 몇 달까지 지속될 수 있다. 따라서 감기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면역력을 강화하고, 호흡기 점막을 보호하는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