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지방의원 후원회 설치율 최하위… 지방 정치 불균형 심화

[지방의원 후원회 설치 저조, 무엇이 문제인가] 대전·세종 운영 ‘0%’ 사실상 외면 충남·충북 설치율↓자금 조달 부담 후원금, 신인·지방의원 활동 지원 의정활동 역량 차이 불러오게 돼

2025-02-13     이심건 기자
전국 광역의원·기초의원 후원회 설치율. 그래픽=김연아 기자.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지방의원의 정치자금 조달을 돕기 위해 지난해 7월 도입된 후원회 제도가 시행 7개월을 맞았지만, 충청권(대전·세종·충남·충북)에서는 사실상 외면받고 있다.

특히 대전과 세종의 일부 지방의회는 단 한 명의 의원도 후원회를 운영하지 않는 ‘0%’ 지역으로 나타나면서 지역 정치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치후원금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전국 지방의원 후원회 설치율은 9.2%다.


광역의원은 19.8%, 기초의원은 6.0%로 나타났다. 하지만 충청권 지방의원들의 후원회 설치율은 이보다 훨씬 낮았다.

대전의 경우 광역의원(광역시의원) 22명 중 단 2명만 후원회를 운영해 설치율이 9.1%에 그쳤다.

기초의원(구의원) 63명 중에서는 후원회를 개설한 의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세종시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광역의원 20명 중 후원회를 운영하는 의원이 단 한 명도 없어 설치율 0%를 기록했다.

세종시에는 기초의회가 존재하지 않지만, 광역의원들조차 후원회를 운영하지 않는 유일한 지역으로 나타나며 문제의 심각성을 더했다.

충남의 경우 광역의원 35명 중 8명이 후원회를 운영해 22.9%의 설치율을 보였다.

그러나 기초의원 177명 중 후원회를 운영하는 의원은 6명(3.4%)에 불과했다.

충북은 광역의원 35명 중 단 1명만 후원회를 개설해 2.9%의 설치율을 기록했으며, 기초의원 136명 중에서는 3명(2.2%)만 후원회를 운영하고 있었다.

전국 평균과 비교하면 충청권의 후원회 설치율이 현저히 낮다는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광역의원의 전국 평균 설치율이 19.8%, 기초의원이 6.0%였던 점을 고려하면 충청권 지방의원들은 후원회를 통한 정치자금 조달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충청권에서 지방의원들이 후원회 운영에 소극적인 이유로는 정치자금 모금의 어려움, 후원금 모집 부담, 회계 관리에 대한 부담 등이 꼽힌다.

또 다른 문제는 지방의원들이 후원회를 개설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후원금을 모으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수도권이나 특정 정당의 영향력이 강한 지역과 달리, 충청권은 정치 후원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후원금을 모집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지방의원의 정치자금 확보는 의정활동의 질과 직결된다. 후원회 운영이 활발한 지역에서는 지방의원들이 정책 연구, 지역 사업 발굴 등에 보다 많은 자금을 투자할 수 있다.

반면 후원회 운영이 저조한 지역에서는 의정활동비에만 의존해야 하며, 이로 인해 정책 연구나 지역 현안 대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후원회 설치율이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 간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는 추세다.

서울(14.5%), 경기(15.2%), 전남(13.6%) 등은 비교적 높은 후원회 설치율을 보였지만, 충청권과 영남권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지역별 차이는 결국 지방의원의 의정활동 역량 차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구본승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정치자금이 부족하면 지방의원들이 실질적으로 정책 개발이나 연구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며 "특정 지역에서만 후원회가 활성화될 경우, 장기적으로 지방 정치의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