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터뷰] ‘정신질환’ 교원 관리… 전문가 목소리 들어보니
박용한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교사 정신건강 확인 시스템 필요” 서재영 한남대 교육학과 교수 “복직 절차 강화 등 대책 마련돼야” 김은기 배재대 경찰법학과 교수 “성급한 대안 마련 부작용 우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우울, 공격행동 동반 여부 따져야”
[충청투데이 김지현 기자] 가장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벌인 참극에 대전은 물론 전국에서 추모 물결이 일고 있다.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교사 대상의 정신건강 전수조사, 근무평가 강화, 학교 안전망 재구축 등 각종 대안이 쏟아진다. 반면 섣부른 대안 마련은 2차 피해를 만들고 사회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충청투데이는 이번 대전 초등생 참사와 관련해 전문가들에게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박용한 충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교사 정신건강 확인 시스템 필요”
“교사는 학생들과 밀접하게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정신건강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채용 당시 건강검진이나 정신건강을 확인하는 절차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 검진은 매년 하는 건강검진 정도의 수준에 그친다. 물론 정신건강 확인 시스템이 ‘교사가 정신건강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전제해선 안 된다. 다만 교사와 학교의 안전을 위해 확인하는 시스템은 교사 선발단계에서 뿐만 아니라 교직생활 이후에도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사 집단인 교사를 매도하지 않는 정신건강 확인 시스템 구축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정신건강 문제로 휴직을 했던 교사에 대해선 학생과의 접촉 전 유예기간을 둘 필요가 있다. 유예기간이 있어야 학교에서 해당 교사가 정말 괜찮아졌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재영 한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복직 절차 강화·교사 정서 감지 등 방지대책 수립돼야”
“학생들을 보호할 책무가 있는 학교라는 공간은 다른 공간에 비해 한층 더 두터운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이런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현재 교사의 질병휴직 후 복직은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하다’는 전문가의 진단서를 제출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복직 당시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범죄가 발생했다. 복직 절차의 신뢰성과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복직을 희망하는 공무원에 대한 다층적인 전문가 평가를 통해 복직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절차 도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또 교사들이 정신·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되면 이를 조기에 감지하고 개입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교사, 교감, 교장에게 학생 및 교사의 이상 행동을 감지하고 조기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도 정기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교사의 정신건강 관리, 선발 절차, 복직 절차의 허점, 학교 내 위기 대응 시스템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낸 사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수렴과 방지대책이 수립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은기 배재대학교 경찰법학과 교수 “성급한 대안 마련은 부작용 만들어…교사 신뢰 문제도 고려해야”
“성급하게 대안을 세우려고 해선 안 된다. 공청회를 통한 논의 등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대안을 만들면 실효성도 낮고 법률의 실제 목적 달성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다른 부작용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다. 이번 사례의 경우 ‘우울증’에 집중해 대안을 만들다 보면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또 현재 여러 매체에서 앞다퉈서 이번 사건을 보도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이번 사건을 몰랐으면 한다. 교사는 학생들이 부모 다음으로 신뢰하는 사람이다. 학생에게 신뢰의 대상인 교사가 자신을 해칠 수도 있다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학생들이 이런 생각을 갖게 된다면 앞으로 같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다른 사람을 신뢰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문제가 학생들에 대한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대안 논의가 필요하다.”
전우영 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우울이 공격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조사해봐야”
“이런 행동을 하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당연히 처벌과 대책이 이뤄져야 하지만 우울증이 누군가를 공격하는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나와있는 피상적인 몇 가지 단서만 갖고 어떤 인과관계의 결론을 내리는 건 굉장히 위험할 수 있고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대책은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한다. 우선 통상적인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의 경우 타인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우울증에 있던 사람들이 자살을 생각하게 되는 것도 우울 상태에서 약간 벗어났을 때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의 원인을 우울증으로 결론짓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사건의 원인이 우울증으로 결론 내려질 경우 우울한 사람들은 살인을 하는 위협적인 존재가 돼 버린다. 이 사건을 통해 우울증이 마치 타인에게 폭력적인 성향을 발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가정하게 되는 것이다. 우울증이 회복되기 위해선 좋은 사회적 상호작용이 필요한데 자칫 우울에서 회복될 수 있는 기회도 얻기 어려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우울증 경력이 누군가를 살해할 정도의 원인을 제공한다고 가정하고 대안을 마련할 시 오히려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는 대안이 나올 수 있다.”
김지현 기자 wlgusk1223k@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