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재 대원디씨 부사장 “대기업 그만두고 가업승계… 사명감은 도전을 만들었다”

[인터뷰] 이중재 대원디씨 부사장 서울대·同 대학원 졸업 일명 ‘엄친아’ 국내최고 IT업체·금융계 20여년 근무 父 건강 안좋아지시고 회사 매각위기 가업 잇겠다는 사명감으로 뛰어 들어 열악한 근무환경 하나하나 변화 시작 실적·급여증대·근무환경 개선 등 성과 50대 이후 직원들에게서 많은 힘 얻어 신화와 상상 만들고 공유 근본적 추진 대원디씨만의 고유한 가치 구현할 것

2025-02-11     김진로 기자
이중재 대원디씨 부사장

[충청투데이 김진로 기자] 국내 최고의 명문대를 졸업한 후 우리나라 최고의 대기업인 IT업체와 금융계에서 20여년간 근무한 소위 ‘엄친아’로 불렸던 이가 있다. 그런 그가 돌연 대기업을 그만두고 3년전 청주의 한 중소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이중재 대원디씨(충북도 청주시 흥덕구 직지대로 409번길 21) 부사장이다. 그의 이직 명분은 부친의 가업 승계다. 당시 부친의 회사는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 상황에 놓여 있었다. 부친의 건강이 좋지 않아서 회사가 헐값에 넘어갈 처지였다. 그는 부친이 30여년간 일군 삶의 터전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무엇보다 가업을 이어야겠다는 사명감도 가업 승계 결정에 도움이 됐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기초적인 자료 정리 양식부터 열악한 근무환경까지 제대로 된 체계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근무환경이 잘 갖춰진 대기업 근무에 익숙했던 그가 중소기업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너무나 큰 도전이었다. 이직 후 그는 근무환경 개선에 나섰다. 이와 함께 업무 데이터를 축적하는 작업부터, 직원들에게 회사의 비전 제시까지 전방위 행보에 나섰다. 근무한지 2년이 채 되지 않아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무엇보다 회사 근무환경이 좋아지고 직원들의 급여도 높아졌다. 그 결과 3년 연속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그의 도전을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올해는 제2공장 신축 등 한발짝 더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꽃길을 걸었던 이 부사장의 새로운 도전이 노후된 청주산업단지에도 새바람을 불어넣을지 주목받고 있다. 이 부사장을 만나 그가 꿈꾸는 회사는 어떤 회사인지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국내 명문대 졸업 후 IT·금융계 임원 출신으로 안다.

"서울대 경영학과 93학번, 서울대 대학원경영학과 97학번이다. 대학원에서는 마케팅(소비자행동)을 전공했다. 브랜드 관련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KT 경영연구소에 입사해 통신 시장 연구, 통신소비자 이용행태 분석 및 통신서비스 전략을 수립했다. KT 퇴사 후에는 신한카드로 전직해 미래사업전략 수립 및 초개인화 마케팅 전략 수립에 참여했다. 부부장으로 퇴사했다. 이런 경력을 토대로 현재 사람 중심의 제조업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중소기업 부사장을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요약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업에 대한 사명감이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께서 30년 넘는 노력으로 일구어 놓은 사업이 헛되이 사라지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특히 당시 아버지의 건강도 조금 안 좋으셨던 상황에서 사업의 매각에 관한 이야기도 오고 갔었다. 더구나 헐값으로 매매가가 형성되는 상황이 매우 안타까웠다. 그러한 외부적 환경이 저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두 번째로는 개인적 차원의 이유다. 대기업에서 20년 가까이 일하면서 50대에 접어들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에서 50대는 일을 정리하는 시기로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다소 도전적이고 미지의 영역(제조업)인 아버지의 사업체에서 50세 이후의 삶을 개척해보는 것이 훨씬 의미 있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적응하기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어려웠다기보다는 달랐다 혹은 도전적인 새로운 환경이었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기업규모, 업종, 근무의 외적 환경 심지어 서울과 지방 도시의 차이 등 저에게 모든 것이 새로운 도전이었다. 제가 있었던 금융 및 통신회사는 모두 신사옥의 최신 시설이었기 때문에 처음에 이 회사에 왔을 때 근무환경의 열악함은 더 두드러졌다. 하지만 하나하나 바꿔나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이겨내려고 했다. 대기업 대비 부족한 점이 여전히 있지만, 지금은 꽤 많이 개선되어 과거에 어떠했었는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다."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이었나.

"먼저 업무에 대한 공유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개인별로 업무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었으나 해당 내용에 대해 상호 공유가 원활치 않았고 자료 정리 양식 등에 있어 체계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또한 본인들이 하는 일이 전체 회사에서 어떤 의미가 있으며, 회사가 현재 어느 정도 수준이며 향후 얼마나 성장할 것인지 등 회사의 비전에 대한 공유가 부족했다. 하지만 제가 이곳에 왔던 그때가 (운명처럼) 개선을 시작해야 할 최적의 시기였던 것 같다. 그렇게 변화 노력은 시작됐고, 그 결과가 지금의 변화된 모습이다."


-직원들이 체감하는 사업 성과를 꼽는다면.

"기업실적, 급여 증대, 근무환경, 경영관리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굵직한 변화 및 성과가 있었다. 첫째 기업실적에서 보면, 3년 연속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했고, 특히 2024년도에는 전년 대비 25%의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올해는 13%의 성장을 예상한다. 또한 2023년 및 2024년 연속으로 600억원 이상의 장기계약 수주에 성공했다. 둘째, 실질적인 처우개선도 있었다. 직원들 급여가 3년 전 대비 평균 15%(최대 45%) 인상됐다. 중소기업으로서는 드물게 이익공유제를 시행 중이다. 셋째 그동안 숙원사업이던 근무환경 개선도 추진했다. 수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캐노피 제작, 생산 현장에 냉난방 시설 도입, 다이캐스팅 동 환기 사업 등으로 더욱 쾌적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대기업 못지않은 카페 공간을 만들어 직원들이 휴식과 문화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 점도 손꼽을 만하다."


-중소기업 경영을 하며 느낀 점은.

"저는 매일 무엇인가를 배우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다. 평범한 순간에서도 배울 점을 찾으려고 한다. 대기업 출신인 제가 이 중소기업에 왔을 때 처음에는 어떻게 좋은 문화를 전수할까 하는 것만을 생각했다. 그렇지만 몇 년 경영활동을 수행하다 보니 제가 배울 것이 더 많다는 점을 느꼈다. 이곳에서 보니 50대 이후 분들이 너무 에너지가 넘치고, 각자의 역할을 십분 발휘하고 계셨다. 부양의 대상이 아니라 젊은 층과 대등하게 일에 대해 논의하고 성장하는 대상이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어쩌면 소일거리를 찾던 대기업 50대 직장인의 삶은 너무 초라해보이기까지 했다. 제가 경영자로서 할 일은 이런 분들과 젊은 분들에게 다양한 업무 기회를 열어드리고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것이 기업에도, 나라에도 진정 기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

"초등학교~중학교 시절에 저는 다재다능하고 승부욕 강한 학생이었다. 초등학교 내내 거의 반장을 도맡아 했고,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글도 잘쓰고, 그림도 잘 그리는 모범생이었다. 내성적이긴 했는데 무대에 나서는 일도 망설이지 않았다. 수백 명 학생 앞에서 단독 공연하였던 일은 저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전설처럼 기억에 남아있다. 모든 일을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것 같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인연이 있다는데.

"동훈이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청주에서 서울 강남으로 이사를 왔다. 그때 제가 살던 같은 동의 아파트에서 만났다. 공교롭게 같은 반도 되었다. 등하교도 같이하고 집에도 놀러 가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 대학교, 군대까지 같은 곳, 같은 시기에 있었으니 인연은 인연이다. 교류는 많지 않았지만, 최근 동훈이가 선거 관련 활동으로 청주에 왔을 때 30년 만에 遭遇(조우) 하기도 했다. 앞으로 동훈이는 정치권에서, 저는 산업계에서 각자 뜻하는 바를 다 이루었으면 좋겠다."


-가족 관계는.

"가족관계는 저와 아내 그리고 두 아들이 있다. 저와 아내는 대학원에서 캠퍼스 커플로 만났다. 2004년에 결혼해 20년이 넘었다."


-대원디씨를 소개해 달라.

"대원디씨는 알루미늄 재료 다이캐스팅을 통해 자동차 부품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다. 주 고객사는 현대모비스, 현대포리텍 등이고 현대·기아자동차의 협력사 인증(SQ)업체이고 IATF 16949 등 국제 인증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우리 회사는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준수한 신용등급(BB+) 우수 현금흐름 등급(CF1)을 받은 알짜 중소기업이다. 생산공정은 다이캐스팅, 가공, 검사 공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대원디씨 홈페이지 참고 www.daewondc.com)"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앞서 대원디씨의 물리적 특징, 다양한 복지제도 등을 들면서 성공적인 변화를 말씀드렸는데, 사실 가장 근본적으로 추진하고자 하였던 것은 ‘대원디씨’의 ‘신화와 상상’을 만들고 공유하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우리 직원들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생각하고 활동하게 되었고, 그 결과 물리적인 변화가 나타난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대원디씨는 대원디씨만의 고유한 가치를 구현하여 신선하고 새로운 모습의 중소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믿는다."

김진로 기자 kjr6040@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