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참사 지원 조례 부결… “도의회 무슨 생각으로 의정활동”

21명 동의하고도 막상 16명만 찬성

2025-01-30     김영재 기자
충북도의회 전경. 충북도의회 제공.

[충청투데이 김영재 기자]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의정활동을 하는지 모르겠다."

지난 24일 열린 충북도의회 제42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제천시 하소동 화재사고 사망자 지원 조례안’이 부결되자 한 지역정치권 인사 A 씨가 한 말이다.

이날 2017년 12월 21일 제천시 하소동 소재 스포츠센터 화재로 희생된 29명의 유가족에게 충북도가 위로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이 조례안 표결에서 재적의원 35명 가운데 16명이 찬성했다. 찬성표가 과반을 넘지 못해 이 조례안은 부결됐다.


이 표결에서 2명이 반대하고 17명은 기권했다.

A 씨가 혀를 찬 이유는 이 조례안이 본회의에 부여되기까지의 과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호경 의원(국민의힘·제천2)이 대표발의한 이 조례안은 앞서 지난해 9월 임시회에서 다뤄졌다.

당시 건설소방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본회의 상정 여부를 놓고 표결이 진행됐는데 결과는 찬성 3표, 반대 2표, 기권 2표 등 과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이 조례안이 이번 본회의에 재상정된 것은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안건이라도 전체의원(35명)의 3분의 1(12명) 이상 동의를 받으면 본회의 표결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회 규정이 있어서다.

이번에 본회의 상정에 35명 중 21명이 동의했다.

그런데 막상 표결에서 찬성은 16명. 본회의 상정에 동의했던 5명이 이탈한 것이다.

이들이 모두 찬성표를 던졌으면 이 조례안의 본회의 통과는 무난했을 터이다.

이번 본회의 부결 결과는 앞선 지난해 9월 임시회 때의 재판이다.

당시에도 김 의원 이외에 21명이 조례안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그런데도 본회의는 고사하고 상임위에서 문턱에 걸려 넘어졌다.

이번 일부 도의원들의 행태에 참사 희생자 유가족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가 격앙된 반응이다.

민동일 유가족 공동대표는 "유가족들을 두 번이나 울렸다"며 "조례안에 동의해 놓고 정작 그에 반하는 투표를 한다는 것은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한 오송참사시민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어 "재난 피해자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배려는 기대도 안 했지만, 일말의 약속에 대한 책임도 없고, 대안도 없는 도의회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재난 앞에 전례가 필요하고, 재난 피해자에게 어떤 형평성을 적용해야 하는가"라고 했다.

김영재 기자 memo340@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