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우화 ‘조개와 황새’ 깨우침을 기대하며
김혁수 청주대학교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
2025-01-12 충청투데이
이솝우화에 ‘조개와 황새’ 이야기가 있다.
먹이를 찾아 하늘을 날고 있던 배고픈 황새가 한가롭게 낮잠을 자고 있던 조개를 발견하고는 잡아먹기로 결심했다. 황새가 조개를 덥석 무는 사이 깜짝 놀란 조개는 얼른 뚜껑을 닫으면서 황새의 부리를 뚜껑에 가두게 된다. 조개와 황새는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물고 싸우기 시작했다. 조개는 황새가 지치기만을 기다리고 황새는 조개가 마르기만을 기다리며 서로 버티기를 하였는데, 길을 지나가던 어부가 이 광경을 보고 조개와 황새가 싸움에 지칠 때를 기다리다가 황새와 조개를 모두 잡아갔다는 이야기이다.
동양의 고전 ‘주역’에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라는 말이 있다. 즉,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 이 말대로 위기는 우리를 궁하게 만든다. 그리고 궁하게 된 우리는 변화를 모색한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극한의 위기 상황인 전쟁에서 언제나 혁신적인 발명과 전략이 탄생한 것처럼, 위기에서 궁함을 느끼고 이로 인해 변화와 혁신을 도모한다. 나는 이 과정을 ‘정-반-합’으로 이해한다.
‘정’이란 위기가 없다면 계속해서 유지되었을 상태이다. ‘반’이란 위기 속에서 ‘정’의 상태가 부정이 되거나, ‘정’의 상태에 모순이 발생하는 상태이다. 정과 반은 본질적으로 서로 대립되며 긴장을 만들어 낸다. 마지막으로 ‘합’이란 ‘정’과 ‘반’ 두 가지 대립을 극복하여 혁신적인 결과가 창출되는 상태이다.
변증법적 갈등론에서 말하는 ‘정-반-합’은 보통 긍정적인 부분을 말하는 정(正, 태제, Thesis)과 그 정에 반대되는 주장인 반(反, 안티태제, Antithesis)이 주창되면 이를 합쳐 새로운 합(合, 신태제, Synthesis)이라는 새로운 정이 나타난다는 이론이다.
전반적인 사회 상황이나 크고 작은 조직, 더 작게는 가족 구성원사이에서도 정과 반 상황에서 충분한 타협과 이해를 거쳐 새로운 합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아니 모두가 그래야 한다. 진정한 민주시민 사회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니까.
의견을 내고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는 자신의 주장을 강력히 해나가야 한다. 그러나 상대의 주장을 터무니없다고 감정적으로 격하게 몰아 부치는 것은 하수다. 상대의 의견은 어떤 내용인지 꼼꼼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더 볼 필요도 없다며 대화를 거부하거나 왜곡한 후 떠벌이는 태도는 하수다. 새로운 타협안은 실익을 따져본 후에는 결과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더 좋은 방향으로 실현할 수 있을까 검토해야 한다. 손해 부분만을 곱씹어서 다시 앙갚음하려는 것은 가장 낮은 하수다.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주장해 상대를 설득하고, 상대의 의견을 잘 파악하고 자신의 의견과 견주어서 지킬 건 지키고 양보할 건 양보하고, 그래서 얻어진 새로운 의견에는 공공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에 부합되도록 합의 과정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