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간 데없는 의정갈등 증폭되는 국민 피로감

사설

2025-01-07     충청투데이
사진은 7일 서울 한 의과대학에서 의료 관계자들이 가운을 입고 이동하고 있다. 2025.1.7 사진=연합뉴스.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은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의정갈등)에 피로감을 느낀다는 대답을 내놨다. 또 국민의 절반 이상은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 발표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1년 가까이 되다보니 국민들이 피로감, 스트레스를 받는 건 당연하다고 하겠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이 성인 남·여 1000명을 대상으로 ‘보건의료 개혁 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를 벌인 결과다.

의정 갈등 장기화가 본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88.0%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중 52.4%는 ‘불안감과 우려 등 심리적 영향’을 받았을 정도다. 응급환자가 병원을 구하지 못해 몇 시간씩 차안에서 대기하는 ‘응급실 뺑뺑이’가 심심찮게 벌어진다. 고위함 산모가 가까스로 입원할 수 있었다는 애기도 있다. 지난해 8월 충북 음성군의 40대 산모는 응급실을 못 찾고 결국 구급차 안에서 아이를 출산 해야만 했다. 이후 산모와 아이는 주소지에서 약 80㎞ 떨어진 경기도의 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이런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나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얼마든지 가질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시가 급한 수술환자들이 병원에서 연락이 오기만을 바라며 무한정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환자라는 이유로 무기력하게 기다려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정 갈등 조정에 일반 국민과 환자는 힘이 없다(74.5%)고 응답했다. 정부와 의사단체의 틈바구니에 국민이 참여할 공간은 없는 건가.

정부의 의료개혁 4대 과제인 의료인력 확충, 공정보상,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지역의료 강화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항목별로 모두 60%를 넘었다. 많은 국민들이 여전히 의료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관건은 실타래처럼 얽힌 의정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다. 응답자의 과반(54.0%) 이상은 현 상태로는 의정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는 부정적 의견을 드러냈다. 국민과 환자의 정책 참여 등 새로운 의료개혁 정책을 모색해야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