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심 억소리 웃돈, 구도심 눈물의 마피… 세종 집값 초양극화

신도심 수억 프리미엄속 아파트 가격 최대 3배차 구도심 조치원은 거래절벽에 마피 매물까지 등장 양극화 현상, 보이지 않는 계급사회 조장 지적도

2025-01-07     강대묵 기자
세종시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강대묵 기자] 세종시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신도심)의 한 지붕 아래에서 자가용 10분 거리의 아파트가 최대 세 배에 달하는 시세차를 보이고 있다. 신도심 아파트는 수억원대의 프리미엄을 형성한 반면, 구도심인 조치원의 경우 신축 아파트에도 불구하고 ‘마이너스 프리미엄’ 초읽기에 접어들었다.

7일 KB부동산의 세종시 아파트 시세를 분석한 결과, 나성동의 KB시세 평균 가격은 7억 9916만원으로 신도심 동지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최저 시세를 보인 고운동(4억 3000만원)과 3억 6916만원의 가격차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별 세부 시세를 보면 가격차는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고운동 가락마을13단지의 전용면적 84㎡의 시세는 4억~4억 5000만원 수준인 반면, 세종시 대장 아파트로 불리는 나성동 나릿재2단지는 10억~13억원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동일 타입별 최대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세종시 부동산은 약육강식 구조가 심하다. 특정 지역을 짓누르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대장 구도를 형성하는 분위기가 짙다”면서 “아이러니한 것은 양 지역의 거리는 자가용으로 10분 거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세종시 간선급행버스(BRT) 수혜지역 유무에 따라 수 억원에 달하는 시세차를 보인다.

KB시세 평균 가격을 보면, BRT 소외지역으로 분류되는 고운동(4억 3000만원), 아름동(4억 9582만원), 종촌동(4억 9524만원)은 저평가 받고 있지만, BRT 수혜지역인 새롬동(7억 1575만원), 보람동(6억 7263만원) 등은 상대적으로 높은 시세를 나타내고 있다.

신축 아파트일수록 가격이 높다는 공식도 세종에선 적용되지 않는다. 나성동·새롬동에 비해 신축인 집현동의 경우 평균 가격이 5억 94만원을 보이며 저평가 받고 있다.

신도심과 구도심의 양극화 현상은 극심하다. 신도심은 모든 아파트들이 수억원대의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지만, 최근 분양을 마친 조치원 아파트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물건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입주를 시작한 조치원 엘리프세종의 펜트하우스(159㎡)는 최근 7억 3000만원으로 매물이 나왔다. 최초 분양가격 7억 3791만원 대비 낮아진 금액이다. 엘리프세종의 84㎡ 물건도 3억 초·중반대를 형성하면서 분양가격과 동일하거나 소폭 낮아졌다.

이 같은 양극화 현상은 보이지 않는 부동산 계급 사회를 조장하고 있다는 웃지 못할 설도 있다. 세종시 아파트 물량의 절반 수준은 공직자 소유다. 2021년 공무원 특별공급 폐지 이전 다수의 공직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의 기회를 얻은 것.

세종시의 한 공공기관 공무원은 “공직자별 분양권 선택에 따라 두 배, 세 배가 넘는 부동산 자산의 차이가 있어 같은 기관에 종사하더라도 재산 수준이 차등을 보인다”면서 “저평가 지역인 고아종(고운동·아름동·종촌동)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도 부동산 계급사회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업계는 지역 균형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세종시 천도론이 등장한 2020년 세종 아파트 가격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무려 65.7% 폭등,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하며 호재를 맞았다”면서 “이후 대장 지역은 높은 금액을 유지하고 있지만, 저평가 지역으로 분류되는 지역은 거래절벽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구조다. 지역별 균형있는 발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강대묵 기자 mugi1000@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