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로 얼룩진 甲辰年 한해를 보내며
사설
2024-12-30 충청투데이
2024년 갑진년 (甲辰年) 한해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으레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해라는 말로 갈무리를 짓곤 했지만 올해처럼 다사다난했던 해가 언제 있었냐싶다. 윤석열 대통령의 느닷없는 12·3 계엄령 선포는 겨울 한파만큼이나 나라 전체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계엄은 다행히 6시간 만에 해제됐다.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국민들의 깨어난 의식이 계엄을 막았다. 29일 179명의 사망자를 낸 제주항공 참사는 국민들에게 큰 슬픔을 안겼다. 장례절차는 물론 유가족 지원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탄핵안)이 14일 국회서 가결돼 역대 3번째 탄핵 대통령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이어 27일에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됐다.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지 불과 13일 만에 대통령 권한대행마저 직무가 정지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다. 경제부총리까지 권한대행이 내려오는 누가 봐도 비정상의 연속이다. 국민들조차 어리둥절한데 하물며 외국에서는 우리나라를 어떻게 보겠는가. 요동치는 환율, 증시가 정세불안을 대변해 준다.
대학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도량발호(跳梁跋扈)를 택했다. 권력을 가진 자가 제멋대로 행동하며 사람들을 함부로 짓밟거나 자기 패거리를 이끌고 날뛰는 모습을 의미한다. 정치가 처한 현실과 이보다 꼭 맞는 말이 있을까. 권력은 양날의 검이다. 잘못 사용하면 그 끝이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정치를 하려거든 반드시 가슴에 새겨야할 일이다.
그야말로 격동의 한해를 보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국민 삶과 직결된 현안들이 계엄 이슈에 묻히고 말았다. 경기침체로 벼랑 끝에 내몰린 서민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도대체 국민들이 무얼 잘못했나. 언제까지 국민들이 정치를 걱정해야 하나. 시련 끝에 희망이 온다지만 상처가 너무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