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도청 쌈지공원 만들었더니… 탄핵시위 중심지로
조성 과정서 진보진영·NGO 반발 12·3 계엄 선포 후 집회장소 애용
2024-12-23 김영재 기자
[충청투데이 김영재 기자] 국민의힘 소속 김영환 충북지사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충북도청 쌈지광장이 같은 당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는 시위장소로 애용되고 있다.
광장조성에 강하게 반대했던 시민사회단체를 결부시킨 "아이러니하다"는 촌평이 있다.
쌈지광장은 김 지사가 지난 2022년 7월 취임하면서 시작한 도청 개방 프로젝트 중 하나이다.
충북도는 상당공원과 연결된 도청 서문 쪽 울타리를 허물고 주차장은 없앴다. 정문 쪽 정원에 있던 연못도 메우고 잔디광장을 만들었다.
울타리가 없어지면서 인도 폭이 기존 3.5m에서 7m로 넓어졌다. 충북도는 이에 대해 "보행자가 편하게 이동할 수 있고, 수목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던 도청 건물을 시원하게 드러내며 개방감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또 "권위적인 문주와 담장을 철거하고 열린공간으로 만드는 노력은 1937년 도민의 성금으로 지어진 도청을 87년만에 도민께 돌려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충북도는 도청 개방이 쇠퇴하는 원도심을 활성화하고 도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김 지사의 의지가 담겼다고 했다.
이 쌈지광장을 조성하면서 수령 수십년의 향나무를 뽑아 시민사회단체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지금은 참여인원에 구애받지 않을 정도로 장소가 넓어져 대규모 집회 개최가 가능하게 됐다.
김 지사는 계엄 선포 사흘 후인 이달 6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윤 대통령 ‘탄핵 불가, 대통령 2선 후퇴’를 내용으로 한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 입장문 발표 때 참석했다.
하지만 국회 탄핵 2차 표결을 이틀 앞둔 12일에는 페이스북에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은 책임감을 갖고 탄핵표결에 임해야 한다"고 글을 쓰기도 했다.
당시는 전국에서 탄핵집회가 봇물을 이루던 때였다.
지역의 한 야당 인사는 "김 지사가 추진한 도청 개방이 윤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는 진보진영과 시민사회단체의 대규모 집회 개최를 가능하게 해 결집의 강도를 높이게 한 결과를 낳은 꼴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지사는 자신의 치적으로 여길 광장에서 열리는 집회를 바로 곁에서 보게 돼 곤혹스러울 것이고. 광장 조성에 반대했던 시민사회단체도 그곳을 적극 이용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충북참여연대 등 45개 단체로 구성된 충북비상시국회의는 그동안 매일 이곳에서 진행했던 시국집회를 앞으로는 헌법재판소 탄핵재판이 마무리될 때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4시에 연다.
김영재 기자 memo340@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