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졸업앨범 제작…후손에 전달될 견고한 역사 만들 것”

[인터뷰] 서성탁 청주 직지프린팅 대표 청주시민 소장전 ‘빗장 열다’ 카피 주목 선친 운영하던 인쇄업체 가업 잇게 돼 중부권 유일 졸업앨범 제작사로 성장 현재 2000개 학교·30만 부 앨범 제작 AI 디지털 인쇄 기술 활용·제작 통해 획일화 앨범 아닌 맞춤 앨범 제작 목표 친환경 원단 제작·입체각인 기술 도입 ESG 경영·CSR 교육 등 사회공헌 활동도 낙도 학생들에게 해마다 졸업앨범 지원

2024-12-09     김진로 기자
▲ 서성탁 직지프린팅 대표

[충청투데이 김진로 기자] ‘빗장, 열다’란 카피를 선보여 주목 받는 이가 있다. 이 카피는 청주문화원이 지난 11월 13일~17일 닷새간 청주예술의전당에서 개최한 ‘제1회 청주시민소장전’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홍보 문구다. ‘빗장, 열다’란 카피는 그동안 시민들이 혼자만 감상하기 위해 굳게 걸어 잠갔던 소장품들의 빗장을 열게 했고 이 행사가 성황리에 마무리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카피의 주인공은 서성탁 직지프린팅 대표다. 이 전시회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고 긍정적인 인식을 주기 위해 ‘빗장, 열다’란 카피를 선택한 서 대표의 안목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중부권 유일의 졸업앨범 전문 제작업체를 운영하는 서 대표를 만나 청주시민 소장전의 카피 선정 과정부터, 사진관을 운영하며 졸업앨범을 납품했던 선친의 가업을 이어받게 된 계기 등을 들어봤다. 특히 졸업앨범이라는 단순한 제조 중심 회사가 아니라 IT기반의 콘텐츠 생성 업체로의 성장을 꿈꾸는 서 대표의 기업 운영 방침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편집자 주>


-‘빗장, 열다’란 카피가 인상적이었다.

"처음부터 제1회 청주시민 소장전의 카피문구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전시 일자가 다가오고 도록 작업이 막바지에 이를 때까지도 카피문구 선정과 표지 디자인은 여전히 공백이었다. 그러던 중 제 출품작을 가지러 본가에 들러 별채의 문을 여는데 순간 문화원, 추진위원분들과 전시 준비를 하며 보냈던 일들이 떠올랐다. 이번 시민소장전은 우리 청주시민들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보물창고의 빗장을 열어 다 함께 향유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바로 문화원에 전화해 ‘빗장, 열다’는 문구가 어떤지 제안했고, 모두가 이번 전시의 취지를 함축적으로 잘 담았다며 청주시민 소장전 카피로 선정됐다."


-청주시민 소장전 도록도 호평을 받았다.

"흔히들 도록은 전시 작품을 담아 기록을 남기는 책자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도록은 단순한 정보 제공과 기록을 넘어 감성적이고 시각적인 요소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전시의 주제에 맞는 콘셉트와 테마 설정, 타겟 독자층 파악, 시각적 구성 등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특히 이번 ‘빗장, 열다’의 도록 제작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은 초대장과 표지였다. 전시의 취지에 맞는 카피문구가 선정되었기에 초대장과 표지를 통해서도 전시를 한눈에 알려야겠다는 욕심이 있었다."


-직지프린팅 회사 소개를 부탁한다.

"사진관을 운영하며 졸업앨범을 납품했던 선친께서 앨범 제조 분야로 확장하며 ‘주성사진문화사’라는 인쇄업체를 시작했던 것이 직지프린팅의 전신이다. 당시 앨범 제작은 도(道)를 대표하는 도시마다 제작업체가 있었는데 충북과 강원, 제주도에는 전문 제작업체가 없었다. 충북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앨범 전문회사지만 한동안은 지방에서 지역 위주의 앨범을 제작하는 소규모 업체였다. 회사를 전국단위 업체로 성장시키기 위해 회사가 위치한 청주와 인쇄업을 직관적으로 연상시키기 위해 ‘직지프린팅’으로 사명을 변경하였고 앨범제조 토탈솔루션을 처음 도입하했다. 이런 솔루션은 졸업앨범을 많이 만드는 한국, 중국, 일본 각 나라의 1개 업체씩만이 운용하고 있다. 현재는 중부권 유일의 졸업앨범 전문 제작사이며, 연간 2000개 학교, 약 30만 부의 앨범을 제작하고 있다."


-졸업 앨범 제작 수주에 어려움은 없나.

"저희 회사가 앨범 분야에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2가지 있다. 첫째는 저희가 제작하는 앨범 중 구룡포, 백령도, 서귀포, 고성군에 있는 학교들이 있다. 대한민국의 중심에 위치한 청주에서 만든 졸업앨범이 대한민국의 동서남북으로 보낸다는 것이다. 둘째는 영업부 및 영업활동이 없다는 것이다. 영업활동 없이도 해마다 생산 규모를 넘는 제작 의뢰가 있어 예약제를 실시하고 있다. 생산에 여유가 생기면 예약 순번에 맞춰 접수하는 것인데, 인쇄업계 특히 앨범 인쇄에서는 전무한 일이다. 이는 고객들로부터 제작 기술을 인정받는 반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업을 이은 회사로 알고 있다.

"처음 가업을 이은 계기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대학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해 연구원 활동을 하며 박사과정 연계에 들어갔다. 부산의 국립대에 자리가 마련되어 임용과 논문을 준비하던 중 삼성경제연구소에 특채됐다. 그러던 중 아버님께서 갑자기 쓰러져 고향으로 내려오게 됐다. 아버님께서 건강을 되찾으시고 회사가 안정되면 다시 올라가야겠다며 1~2년 후에 돌아가자는 마음이었는데 어느덧 10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가업을 잇고 경영 일선에 나서보니 위기의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꾸준히 한 우물을 파며 최선을 다하다 보니 시야가 넓어지고 좋은 인연으로 슬기롭게 해쳐왔다. 오래된 거래처 분들이 회사에서 제 뒷모습을 보며 아버지 생전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


-회사 운영 계획은.

"졸업앨범과 인쇄 책자에도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개발이 완료되어 상용화 단계에 있는 제품들이 있다. 그 중심은 AI, 딥러닝, 머신러닝과 같이 최근에 자주 들어본 용어들과 밀접하다. 촬영 단계부터 학생 개인이 원하는 콘셉트로 직접 촬영이 가능해지고, 추가로 생성된 콘텐츠들은 앨범의 기존 미디와의 결합과 공유가 가능해졌다. 또한 생성형 AI와 디지털 인쇄를 통해 자기만을 위한 앨범 제작이 가능해져 똑같고 획일화된 기존 앨범이 아닌 다양한 종류의 맞춤형 앨범을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졸업앨범을 위해 개발된 기술들이 기록집에도 접목되며 책자와 디지털 아카이브가 공유되는 책자도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직지프린팅은 인쇄를 기반으로 한 졸업앨범 전문 제조 기업이었다. 졸업앨범이라는 특수한 책자를 제작하며 쌓았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단순한 제조 중심 회사가 아닌 IT기반의 콘텐츠 생성 업체가 직지프린팅의 미래비전이며 계획이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견해는.

"2020년 졸업앨범 표지에 사용되는 인조가죽의 발암물질 검출 이슈가 있었다. 언론 보도는 물론 국감에서도 주요 안건이 될 정도였다. 이 사태로 인해 졸업앨범의 안정성과 신뢰도가 하락하고, 앨범의 효용성까지 거론될 정도였다. 당시 선제적으로 대응해 제작되었던 제품 전량을 폐기하고 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원단들의 유해성분을 검사해 신속히 대체품 확보 및 교체를 했다. 이때 구성되었던 전담팀을 발전시켜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했고 연구활동을 통해 신규 원단 및 제조공법을 개발해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인조가죽 원단의 국산화를 실현했다. 이 일을 계기로 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한 견해가 달라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기업의 사회공헌은 경제적 지원이나 사회적 투자와 같이 직접적인 것이고, 많은 자원과 역량이 소모되는 대기업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업의 본업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공유가치 창출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은 강화하면서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 경영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사회 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사업의 방향을 결정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 소비자, 지역, 사회 등 외부에 미칠 긍정적 요소와 효과 그리고 가치 창출을 고려4하고 있다. 최근 화두인 ESG경영 실천을 위한 노력으로 ESG관련 인증을 취득하고, 저 뿐만 아니라 회사 임직원들의 인식강화를 위해 분기별로 전문 강사를 초빙해 ESG 경영과 CSR 교육을 하고 있다. 부설연구소에서는 회사 발전은 물로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연구과제를 선정해 매년 2개 이상의 연구를 진행하며 결과를 내고 있다. 친환경 원단 제조공법으로 안전하고 무해한 원단을 제작하고 있으며, 입체각인 기술을 개발해 기존 대비 전력 사용량의 500% 감소라는 혁신을 이루며 탄소배출을 줄여 미력하나마 환경을 보호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졸업앨범 분야에 있어서는 경기도와 인천 두 지역의 사진관들과 함께 도서, 벽지 학교 앨범 보급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졸업앨범을 만들지 못했던 10명 미만의 졸업생이 대부분인 낙도와 분교의 학생들에게 추억을 선사하며 연간 100여개 학교들에 지원하고 있다. 앨범 보급 사업은 교육청, 지역의 사진관들과의 연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아직 충북에서는 시행하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매우 크지만 빠른 시일내에 시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든 책에는 사고가 내재되어 있고 독자에게 많은 의미와 감정을 유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졸업앨범은 꽤 독특하다고 생각한다. 텍스트가 거의 없는 이미지들의 집합체인 졸업앨범은 독자들마다 다른 각기 다른 의미를 느끼고 메시지를 읽는 것 같다. 지난 몇 년간 모교의 100년사 편찬위원으로 활동하며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며 원고들을 만든 경험이 있다. 옛 언론과 국가기록원, 각종 사료와 증언 등 100년이란 긴 세월의 증언들을 검증하고 집대성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위대한 일인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때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이 졸업앨범 이었다. 지난 100년의 앨범을 펼쳐 놓으면 당시의 시대상과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청주 모습의 변천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실로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학생들이 20년, 30년 시간이 흐른 후 졸업앨범을 들춰보며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고 미소 지을 수 있도록 많은 추억을 담기 위해, 학교와 지역사회의 기록을 담아 온전히 후세에 전달할 수 있는 견고한 앨범이 되도록 자제 선별과 제작 공정에 심혈을 기울이겠다."

김진로 기자 kjr6040@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