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한강을 위하여

최미경 충남교육청 장학관

2024-11-20     충청투데이

길 위에 구르는 낙엽만 보아도 까르르 웃음 짓던 여고 시절, 우리는 모두 문학소녀였다. 바람만 불어도 문학적 영감이 넘쳐나던 그 시절, 나의 꿈은 멋진 소설을 쓰는 작가였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여자 소설가로 노벨문학상은 감히 근접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었다.

아시아 여성 최초로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보도가 지난달 갑자기 TV 자막으로 나타났다. 제2의 ‘한강의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전쟁 이후의 1960년대 폐허 속에서 눈부신 경제적 발전을 이룬 것이 제1의 한강의 기적이라면, 이번 한강 작가가 이루어낸 제2의 기적은 대한민국에 노벨문학상이라는 엄청난 수상을 통하여 K-문학에 대한 자존감과 가능성을 세계에 알린 쾌거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음 한강을 고대하며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첫째, 명품국가 대한민국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한강 작가의 면모를 살펴보면 어릴 적부터 책 읽기를 생활화하며 늘 사색하고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역사적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접촉하며 절실하게 공감하는 사람이었다. 일본의 식민 지배, 이념에 의한 전쟁, 유례없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고도의 경제성장 과정을 겪어 나오며 문화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는데,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우리 문화의 가치를 우리만 몰랐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문화국가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에 대한 자존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문화의 소재가 되고 작품의 주제가 되어야 대한민국의 작품, 즉 메이드 인 코리아로 독창적이고 가치있는 것임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둘째,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와 연결되는 소통 방안을 모색하자.

한강 작가는 세계 여러 국가의 지인과 한국어로 혹은 그 나라의 언어로 소통하며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 결과로 데보라 스미스라는 멋진 번역가를 만나 한강의 한글 문학작품이 작가의 의도대로 자연스러운 영어 번역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즉, 노벨문학상을 위해서는 한국작가의 노력과 더불에 우리 문학 속 언어의 미세한 울림을 외국어로 전달해 줄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외국어 번역가의 양성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외국어 교육이 실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한편, 전 세계에 한글 교육의 보급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수상이 이루어진다. 문학상은 미래에도 지속되는 문화에 대해 선행적으로 주는 상이다. 개인의 영광을 넘어 국가의 문화와 상품에도 부가적인 가치를 부여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이 우리나라에서 기적이 아닌, 문학인들이 도전할 수 있는 목표가 되도록, 다음 한강을 위하여 가장 한국적인 소재로 세계인과 소통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