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범죄, 교육이 답할 때다
조원휘 대전시의장
2024-11-20 충청투데이
한국이 딥페이크 성범죄 1위 국가가 됐다. 지난 8월 미국의 한 사이버 보안업체가 발표한 ‘2023 딥페이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등장하는 개인 중 53%가 한국인이었다.
딥페이크 성범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유독 한국인 피해자가 많은데, 동시에 한국인 가해자가 많다는 사실도 나타났다.
게다가 가해자의 상당수가 10대 청소년이라는 특이점도 드러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딥페이크 성착취 범죄로 입건된 피의자 178명 중 10대가 약 73.6%에 달했다.
딥페이크 성범죄 양상은 갈수록 악성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연예계, 학교, 군대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청소년들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확산한 배경에는 청소년들이 놀이와 장난, 호기심으로 딥페이크를 활용하기 시작한 점도 한 몫 했다. 피해자와 직접적 접촉이 없어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위해를 가하는 범죄라는 인식이 아이들에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s)으로 불리는 20·30대 젊은층이 디지털 성범죄의 주범이 되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딥페이크 성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지난달 30일 인공지능 기술 악용으로 사회적 이슈가 된 딥페이크 성범죄 예방과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토론회에서는 그 원인을 뿌리 깊은 성차별과 성폭력,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과 제도에서 찾았다.
2019년 N번방 사태가 발생했고, 사회는 크게 공분했다. 그러나 이후 지난 5년간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고, 딥페이크 성착취물이라는 더 큰 재앙이 다가왔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다행히 정부가 딥페이크 성범죄 예방과 대응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국회도 지난 8월 말부터 딥페이크 관련 법률 개정안이 쏟아지고 있다. 주로 성폭력범죄처벌법, 성폭력방지법, 청소년성보호법, 정보통신망법 등 개정으로 딥페이크 관련 성범죄의 처벌을 강화하고자 한다.
아쉬운 점은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 관련 법안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초·중·고 학교 현장에서는 연간 15시간을 실시하는 성교육 중에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을 1시간 이상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허지만 수많은 계기교육을 실시하는 교육현장에서 실효성 있는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만들고 배포하고 판매하는 행위가 심각한 범죄행위임을 청소년들이 인지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하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정교하게 만든 딥페이크 성착취물은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딥페이크 허위영상물은 가짜지만 피해자가 받는 고통은 진짜다. 이제는 딥페이크 성범죄 예방을 위해 교육이 답을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