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터뷰] 힘들게 이룬 꿈 ‘선생님’ 1년 만에 포기하는 이유는

박영환 전국교직원노조 충남지부장 “수직적 조직문화 문제… 갑질 처벌 수위 높여야” 이준권 충남교원총연합회장 “적은 월급·지역 부적응에 고향으로…처우 개선이 먼저” 최재영 충남교사노동조합 위원장 “대중교통 편도 1시간 출퇴근에 학부모 민원까지”

2024-10-28     김지현 기자

[충청투데이 김지현 기자] 충남이 초임 교사 퇴직 ‘전국 2위’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문정복 국회의원(경기 시흥갑)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충남에서 교사 임용 이후 1년 이내 중도퇴직한 초임 교사는 총 75명이다. 이는 전남(9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충남교육청에선 초임 교사가 그만두는 원인으로는 도서지역 발령, 타 지역의 임용고시 재도전 등 다양한 원인을 거론하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초임 교사의 퇴직을 두고 "학교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학생의 학습권까지 침해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충청투데이는 충남지역 3대 교원단체장에게 초임교사들이 꿈꿔왔던 교사직을 그만두는 원인 분석과 함께 초임 교사 중도 퇴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박영환 전국교직원노조 충남지부장

박영환 전국교직원노조 충남지부장 "수직적 조직문화가 문제… 갑질 처벌 수위 더 높여야"

"충남의 학교 조직 문화가 수직적이기 때문에 초임 교사 퇴직이 많다고 판단된다. 교원대학교 학생들의 커뮤니티에선 ‘교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따귀를 맞는다’는 말까지 나오곤 했다. 과장된 이야기지만, 실제 학교 현장이 굉장히 수직적이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들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충남 임용고시가 타 지역보다 경쟁률이 낮을 뿐만 아니라, 충남 임용고시에 합격을 해도 타 시·도의 임용고시를 다시 응시하기도 한다. 충남의 한 지역교육청에선 초임 교사들이 타 시·도의 임용고시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 임용시험 날짜에 맞춰 신규교사 연수를 잡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또, 경기교육청에선 타 지역의 교사들이 인사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마련했는데 충남의 경우 유출되는 교사들이 워낙 많다 보니 경기교육청과의 인사이동을 막기도 했었다. 수직적이고 후진적인 학교 조직 문화 때문에 초임 교사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초임교사들은 자신의 고향이 아닌 시·군으로 발령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작은 단위 학교일수록 지역민끼리의 카르텔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초임교사가 상황을 견뎌내면 계속 근무를 하는 것이고, 견뎌내지 못하면 타 지역 발령을 요구하거나 일을 그만두는 상황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수직적이고 후진적인 문화가 개선되기 위해선 학교 관리자 급 갑질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져야 한다. 최근 발생했던 한 고등학교 교장의 갑질 논란이 무징계로 그치는 것을 도내 모든 교사들이 지켜봤다. 이런 상황들을 보면서 교사들은 앞으로의 교직생활을 이어나가야 될지에 대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갑질이 갑질로 받아들여지고, 합당한 징계가 이뤄져야 학교 조직 문화도 개선될 것이다."

이준권 충남교원총연합회장

이준권 충남교원총연합회장 "적은 월급·지역 부적응에 고향으로… 처우 개선이 먼저"


초임 교사의 퇴직은 지역 교원을 양성하는 공주교원대학교와 공주대학교 사범대학에 지역민의 비율이 낮아진 것과 관련이 있다. 타 지역 출신의 학생들이 공주교대와 공주사대를 진학하는 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최근에는 공주교대와 공주사대 학생 10명 중 7명이 타 지역 출신 학생들이다. 이 학생들이 충남 교사로 임용되는데, 타 지역에서 살기에는 턱 없이 적은 월급과 지역 부적응의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이런 경우 ‘차라리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에 교사직을 내려놓고 자신의 지역으로 돌아가는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교육 현장의 환경이 교육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화하면서 초임 교사들의 교육에 대한 열의가 줄어드는 것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교육환경의 어려움으로는 교권침해 등 다양한 원인이 작동한다. 연차가 쌓인 교사의 경우 자신만의 노하우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지만, 초임 교사의 경우 열악한 교육 현장의 벽에 막혀 교육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잃어버리는 것이 현재 학교의 현실이다. 초임 교사의 중도 퇴직 문제를 막기 위해선 일차적으로 지역민을 교원으로 양성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여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교원의 처우 개선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교사들이 타지에서도 기본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수준의 월급과, 학생들에게 교육적인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 교사들이 마음 놓고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초임 교사의 퇴직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도교육청 차원에서는 초임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생활지도 연수, 학부모 상담 연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해 학교 현장에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재영 충남교사노동조합 위원장

최재영 충남교사노동조합 위원장 "대중교통 편도 1시간 출퇴근에 학부모 민원까지 감당"


"초임 교사들의 퇴직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와 학교 구성원과의 관계에 대한 어려움,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초임 교사들의 급여 실수령액은 200만원 남짓인데, 최저임금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실거주 지역이 아닌 타 지역으로 발령이 많이 나기 때문에 월세와 통신비, 공과금을 제외하면 저축은 꿈에도 못 꾸는 상황이다. 특히 충남이 타 지역에 비해 열악한 지역이 많은 편인데, 정말 열악한 지역은 학교 주변에 숙소도 없을 뿐더러 대중교통을 통해 숙소에 돌아가려고 하면 편도 1시간씩 걸리기도 한다. 초임 교사들이 이와 같은 현실에 부딪히면서 젊은 교사들 사이에선 ‘교사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신규 교사의 경우 학부모 민원 등에 시달리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다른 것이 아닌 학부모 민원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그만두는 초임 교사분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은 씁쓸한 현실이다. 또 발령 동기가 그만두게 되면 ‘나도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이 퍼지면서 도미노 현상처럼 퇴직이 이어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초임 교사가 그만두게 되면 학생 입장에선 선생님이 바뀌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교육환경 변화로 적응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교육적인 면에서 아쉬운 상황이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저경력 교사들의 퇴직을 막기 위해선 공동 숙소 마련 등 초임 교사들을 위한 복지가 확대돼야 한다. 또, 교권 회복을 위한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동학대처벌법 상 공소시효는 학생이 성년이 된 이후부터 7년이다. 학생이 만 26세 전까지 언제든지 선생님을 아동학대로 신고할 수 있는 것인데, 이 때문에 교사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교사가 마음놓고 교육 할 수 있도록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