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선생님… 이원초 꿈나무들의 슈퍼맨

[사표의모태] 유춘봉 옥천 이원초 교사 ‘휴대전화 없는 선생님’으로 유명 업무 일과시간 이뤄져 지장 없어 온전히 수업 집중할 수 있어 장점 경청하다 보면 해결 방안 찾아져 독서, 학생 기초학력 향상에 필요 진심과 진심 전해지는 관계되고파

2024-10-24     박병훈 기자
유춘봉 옥천 이원초 교사

[충청투데이 박병훈, 이용민 기자] 1960년대 100만명 이상이었던 우리나라 한해 출생아수는 현재 20만명선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함께 지방 소멸 위기까지 겹치면서 작은 학교들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작은 학교 살리기는 출산율 하락의 주원인인 도시 집중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교육인프라가 취약해 이곳의 교사들은 축구면 축구, 컴퓨터면 컴퓨터, 음악, 미술 등 만능 선생님이 돼야 한다. 옥천군의 작은 학교인 이원초등학교 꿈나무들의 슈퍼맨을 자처하고 나선 이가 있다. 주인공은 유춘봉 교사다.

유춘봉 교사는 "이원초는 학생수 33명, 교원수 13명의 작은 학교"라며 "이원초에 처음 왔을 때는 6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있었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33명으로 줄었고, 내년에는 20명대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옥천 출신인 그는 학산초 발령을 시작으로 영동과 옥천 지역의 초등학교에서 근무해왔기 때문에 작은 학교의 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는 ‘휴대전화 없는 선생님’으로 유명하다. 군 부사관 시절 늘 허리춤에 삐삐를 차고 항상 비상 대기 상태를 유지하며 마음을 졸였던 기억이 제대 후에도 계속 떠올랐다고 한다. 결국 지금까지도 ‘01’로 시작하는 번호들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 업무가 일과 시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학생이나 학부모와 소통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한다.

유 교사는 "학부모 상담 전화는 수업 후 유선전화와 하이클래스 앱을 통해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고 수업 중 긴급한 전화는 교무실에서 메모를 놓으면 쉬는 시간에 바로 연락한다. 처음에는 일부 학부모님들이 휴대폰이 없어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씀하시기도 했지만, 결국 모두 이해해 주셨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온전히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또 학생과 학부모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는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학생과 학부모와의 갈등은 없다. 문제가 발생하면 아이들과 학부모님의 문제 제기를 귀담아 듣는 데 중점을 둔다. 경청하다 보면 해결 방안이 보이고 상황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면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했다.

요즘같은 스마트 IT시대에 너무 뒤처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프로그래밍언어까지 다룰 수 있는 전문가다.

유 교사는 "첫 발령 당시 정보 업무를 맡아 리눅스와 웹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정보 올림피아드 대회 학생을 지도하면서 비주얼 베이직과 C언어를 공부하게 됐고 최근까지도 IT 소양을 유지하기 위해 관련 공부를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컴퓨터뿐만 아니라 동아리축구지도교사 표창에서부터 영어잔치 지도교사 표창, 컴퓨터꿈나무축제 지도교사 표창, 육상경기대회 지도교사 표창, 평화통일그림그리기대회 지도교사 표창 등 다양한 지도분야에서 성과를 거뒀다. 현재 방과후학교와 이원오케스트라 동아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양자역학, 생화학, 뇌과학 분야의 책을 읽으며 학급 운영에 적용할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고 한다.

독서는 학생들의 기초 학력 향상을 위해 그가 가장 노력하는 교육방식이다. 매일 책 읽기, 독서 기록장 쓰기, 발표와 질문 만들기 및 답하기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 의욕을 북돋우고 있다.

유 교사는 소규모 학급의 장점을 살려 모든 학생이 모든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수업하고 있다.

그는 "학생들은 책을 읽거나 문제를 해결하고 발표를 하며 직접 참여하는 활동에 흥미를 느끼고 집중하게 되면서 학습 효과가 극대화된다. 처음에는 발표를 낯설어 하고 친구들 앞에 서길 창피해 하던 학생들도 이제는 발표를 즐기며 요청까지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교직생활 중 가장 큰 보람은 가르쳤던 제자들이 연락을 하고 찾아올 때 느낀다고 한다.

그는 "졸업생들과 함께 식사하며 즐거웠던 추억을 돌아보는 시간들이 정말 기쁘고 즐겁다. 앞으로도 진심과 진심이 전해지는 따뜻한 관계를 주고받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이것이 교사로서 남은 여정의 신념이자 목표"라며 웃었다.

옥천=박병훈 기자 pbh0508@cctoday.co.kr
이용민 기자 lympu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