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교과서, 혁신인가 짐인가
조정민·대전본사 교육문화부 기자
2024-10-23 조정민 기자
[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기대 반 우려 반도 아닌 우려만 가득하다. 형태 없이 소문만 무성하다보니 근심걱정도 제각각이다. 특히 교사들은 당장 시기적으로도 촉박한 일정에 초조하기만 하다.
지난 8월 예정됐던 디지털교과서 확정이 내달 말로 미뤄지면서 교사들이 실질적으로 검토 및 연수 받을 수 있는 기간은 3개월이 채 안 된다. 수업의 핵심인 교과서에 대대적인 변화가 생기는 과정 속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교사들의 입장에선 걱정만 가득할 수밖에 없다.
스마트 기기 자체에도 여러 부작용이 존재한다. 기기가 고장나거나 분실될 경우는?
별다른 관리 방안이나 체계가 일괄적으로 잡혀있지 않다보니 학교마다 이를 처리하는 방식도 다르다. 애초에 고장나지 않게, 또 분실되지 않게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교사들에겐 스마트 기기를 꺼낼 때부터 스트레스다. 스마트 기기 업데이트조차 교사 한 명이 2~30대 되는 기기를 일일이 확인하며 화면을 터치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디지털교과서가 사기업에서 선정되면 학생들의 학습 수준이나 현황이 모두 그들의 데이터로 수집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 중 하나다. 이미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디지털 학습으로 이익을 보고 있던 사기업이 디지털교과서에도 선정된다면. 그들에겐 아주 유용한 데이터가 생기는 게 아닐까.
학부모들의 입장에서도 썩 내키지 않는 변화다. 가정에서도 휴대폰 제한 시간을 두는 마당에 학교에서마저 스마트 기기를 사용한다니. 신체적으로는 시력 저하, 정신적으로는 집중력 저하를 꼽으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대다수다. 이외에도 학습 격차 심화, 네트워크 불안정 등 인프라 부족, 면대면 의사소통 기회 저하 등 여러 방면에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교과 정책과 학습 방법이 개발되는 건 분명 자연스러운 일이고 반겨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분명 차근차근, 또 차곡차곡 쌓아 하나의 단단한 기틀이 됐을 때 환영받을 수 있다.
지금은 그저 혼란 뿐이다. 반대하는 이유를 안다면 이렇게까지 졸속 추진하지 않을텐데.
조정민·대전본사 교육문화부 기자 jeongmin@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