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대 도박 사이트… 1200만원 잃은 학생도

사설

2024-10-20     충청투데이
도박. 그래픽 김연아 기자. 

우리는 지난 17일자 본란을 통해 청소년 도박의 심각성을 제기한 바 있다. 바로 다음날 대전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불법 도박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한 혐의로 10명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들이 운영한 불법 도박 사이트에 입금한 계좌 수는 1만여 개, 여기에 5000억원의 도박자금이 들어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대전지역에서 1년 매출액이 5000억원을 넘는 기업은 손을 꼽을 정도다. 도박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이번 도박 사이트에 성인은 물론 많은 청소년들이 몰렸다고 한다. 경찰이 입금 계좌를 통해 도박 참여자를 확인해보니 고등학생 163명, 중학생 8명 등 청소년 171명이 나왔다. 이중 한 청소년은 도박 자금으로 무려 1200만원을 잃은 것으로 밝혀졌다. 입금 액수가 500만원 이상이거나 재범인 학생도 5명이나 된다. 기가 막힐 일이다. 학생이 이렇게 큰돈을 무슨 방법으로 마련했는지부터가 궁금하다. 중고생 도박이 성인도박의 뺨을 칠 정도다. 도박을 하느라 공부는 뒷전으로 밀렸을 것이다.


경찰은 청소년들이 불법 도박인지 모르고 사이트에 접속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평소 게임을 쉽게 접해 게임과 도박을 구분하지 못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검거된 일당은 축구, 농구와 같은 게임 형태로 도박 사이트를 개설해 참여자를 끌어들였다. 도박 사이트 접속이 막히면 또 다른 사이트를 개설해 경찰 추적을 따돌렸다. 지금 이 시간에도 스마트폰, 온라인을 통한 불법도박이 횡행하고 있다. 보다 과학적인 대처가 긴요하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한 부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불법도박 일당 검거의 단초가 됐다. 자신의 아들에게 도박자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친구가 있다는 내용을 확인하고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경찰은 작은 단서 하나로 끈질긴 추적을 벌인 끝에 수사의 개가를 올릴 수 있었다.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부모가 올린 글을 모니터링하지 못했거나 읽었더라도 가볍게 여겨 지나쳤더라면 피해는 더 컸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