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재탕 질문… ‘한방’이 없었다

국회 행안위 충북도 대상 국정감사 진행 김 지사 책임추궁 송곳질의 예상 빗나가 용혜인 의원, 제천화재참사 대처 호평도

2024-10-17     김영재 기자
▲ 17일 충북도청 대회의실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충북도 국정감사가 실시된 가운데 김영환 지사 등 충북도 간부들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충청투데이 김영재 기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17일 충북도 국정감사를 실시한 가운데 지난해 발생한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이하 오송참사)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지만 기존 언론과 시민사회단체가 제기한 문제가 산발적으로 재론되는데 그쳤다.

야당에서 김영환 지사의 오송참사 책임 추궁의 송곳질의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한 야당 의원은 충북도의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참사(이하 제천화재참사) 대처를 호평하기도 했다.


이날 국정감사는 오송참사 희생자 추모 묵념으로 시작됐다.

본격적인 감사는 본질의가 시작된 오전 10시40분경부터 오후 1시40분경까지 3시간 정도 진행됐다.

첫 질문자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서울 영등포갑)은 김 지사 소유의 괴산군 후영리 땅과 관련, "도정을 하면서 농사지을 시간이 있느냐"면서 농지법 위반 의혹을, 충북도의 이 땅 주변 급경사지 정비에 대해 특혜 의혹을 각각 제기했다.

김 지사는 ‘견강부회’, ‘인신공격’ 등 격한 단어를 동원해 반발했다.

같은 당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은 검찰이 오송참사 당시 소방의 구조구급상황보고서를 허위보고로 판단해 관련소방서장을 기소한 것과 관련, 김 지사에게 수차례 사과를 요구했지만 "진실을 다투고 있다", "(나는) 의원님 생각하고 다른 것 같다" 등의 답변을 받아내는데 그쳤다.

김 지사는 청주시 서원구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이광희 의원과의 질의응답에서는 참사 발생 전날 서울 출장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이 의원은 큰비가 예보된 비상상황에서 자리를 이탈한 책임을 추궁하자, 김 지사는 "충북 국회의원이어서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 응수했다.

둘의 말싸움이 계속되자 위원장이 결국 중재를 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비례)은 오송참사 당일 김 지사의 업무추진비 사용 영수증(결제시간 오후 1시 8분)을 화면에 띄우고는 "점심을 먹고 현장에 갔다"고 비난했다.

이에 김 지사는 "제가 아무리 양심 없고 무능한 도지사라도 사고 났는데 그럴 일 없다"면서 "비서실장이 (사고현장이) 괜찮다고 보고했다"고 항변했다.

용 의원은 추가질의시간에 2017년 12월 21일 발생한 제천화재참사의 유족에게 충북도가 보상금을 지급하기 위해 조례제정을 추진한 것에 대해 "잘 했다"면서 오송참사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대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이 사고로 29명이 사망하고, 36명이 다쳤다.

민주당 한병도 의원(전북 익산을)은 충북도가 오송참사 희생자 49재 직후 합동분향소를 철거한 것을 문제 삼았다.

김 지사는 즉각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머리를 숙였다.

같은 당 양부남 의원(광주 서구을)은 고향사랑기부제와 관련, "전국적으로 모금건수와 금액이 줄었는데 충북은 3배 증가했다. 많은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모금액을) 은행에 예치하는 것보다 사용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충북도 출연기관이 성과금 지급기준을 잘못 적용해 다른 시·도보다 상대적으로 적게 받고 있다면서 개선을 촉구했다.

김상욱(울산 남구갑), 김종양(경남 창원의창), 배준영(인천 중구·강화·옹진), 정동만(부산 기장)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충북도의 대표 시책인 의료비후불제 등을 치켜세우며 같은 당 소속 김 지사에게 힘을 실었다.

한편 이날 모든 질의가 끝난 후 오송참사 승객들은 탈출시키고 자신은 미처 지하차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747번 시내버스기사 고(故) 이수영 씨의 아들이 국감장에서 소회를 밝혀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그는 "사고 몇 시간 전부터 범람신고 등이 있었는데 충북도와 청주시, 경찰, 소방 등의 무책임한 모습이 저희를 분노하게 만든다"며 "매뉴얼대로만 했으면 희생자와 피해자가 생기기 않았다"고 말했다.

김영재 기자 memo340@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