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멸구에 폭우까지… 충남 농가에 찾아온 ‘잔인한 가을’
농지 1282㏊ 벼멸구 피해… 서천 최다 수확기 맞아 다 자란 벼 방제 어려워 이틀 가을폭우… 도복 등 1802㏊ 피해
2024-09-23 김지현 기자
[충청투데이 김지현 기자] 9월까지 이어진 폭염으로 충남을 포함한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벼멸구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때 아닌 가을 폭우로 인한 농경지 피해까지 발생하며, 수확기를 앞둔 충남지역 농가에선 시름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충남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충남 15개 시·군 전역에서 1282㏊ 규모의 농지가 벼멸구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별로는 서천(530㏊), 태안(150㏊), 홍성(120㏊) 순으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도 농업기술원은 정밀 조사를 통해 정확한 피해 규모를 집계할 예정이다.
중국 동남부 지역에서 서식하는 벼멸구는 벼 줄기 아랫부분에 서식하며 벼를 말라죽게 하는 해충이다.
충남은 지난 10일 도내 100㏊ 규모의 벼멸구 피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지만, 약 9일 만에 피해 추정 규모가 12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이상기온으로 인한 고온이 9월까지 이어지며 벼멸구 개체수가 급격하게 증가해 피해가 가중됐다는 것이 도 농업기술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벼멸구는 주로 줄기 아랫부분에 서식하기 때문에 수확기를 다 자란 벼의 벼멸구를 방제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20일부터 이틀간 충남 전역을 덮친 가을 폭우로 1802㏊ 규모의 농경지(벼)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20일부터 이틀 동안 충남 전역에 약 200㎜의 비가 쏟아지며 모든 시·군에 호우 특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충남 보령과 태안 등 일부 지역의 수확기를 앞둔 논에서 벼 쓰러짐 피해가 발생했다.
이처럼 벼멸구 피해에 폭우 피해까지 속출하면서 충남지역 농가들은 시름에 빠졌다.
충남 예산에 거주하고 있는 농민 이봉수(52) 씨도 약 5000평의 논 중 4000평 규모가 벼멸구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폭우까지 이어지면서 이 씨는 올해 농사를 모두 망쳤다고 호소했다.
이 씨는 "쌀값은 자꾸 떨어지는데, (벼멸구에 폭우) 피해가 계속되면서 올해 수입은 없다고 봐도 된다"며 "지난해 기준 약 2500만원 정도의 손해를 입은 것인데, 손해만 생각하면 속이 타들어간다"고 호소했다.
김지현 기자 wlgusk1223k@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