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둔 직장인 엄마의 육아일기

임은혜 유성중학교 주무관

2024-09-18     충청투데이

"엄마, 방학인데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엄마랑 같이 집에서 놀고 싶어……."

글썽이는 아이의 말을 애써 뒤로한 채, 연년생 두 아이를 재촉하며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하는 아침이다. 초등학교 3학년 첫째는 방과후교실로, 2학년 둘째는 돌봄교실로 학기 중과 다름없이 시간에 쫒기듯 급히 들여보낸다. 교문 앞에서 아이들 들어가는 뒷모습도 지켜보며 손도 힘차게 흔들어주고 싶은데 운전대를 급히 돌려 여느 때처럼 직장으로 향한다.

어느 날은 아이가 아프다.


"엄마 나 몸이 안 좋아, 집에서 쉬고 싶어"

"엄마가 오늘은 회사에 꼭 가야해서…더 아프면 보건실에 가봐"

어쩔 수 없이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힘없이 들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에 눈물이 떨어졌다. 결국 차에서 엉엉 울고 말았다. 맞벌이 부모에게는 긴긴 방학과 아이가 갑자기 아플 때에는 비상이다. 이런 상황에 온전히 함께 할 수 없음에 아이는 속상해하고 엄마는 미안할 뿐이다.

아주 자그마하던 아이들의 존재는 나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나의 위주였던 일상에 여기에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일하는 엄마의 결핍을 조금이라도 채워줄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더해졌다. 내가 일하는 엄마의 삶을 택한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아이들이 뭔가를 경험하고 싶을 때 몇 푼이라도 아낌없이 지원할 수 있고 이런 다양한 경험이 아이가 그려나갈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다.

우리 가족은 주말에는 박물관과 미술관 관람, 체험 위주의 여행을 하고 평일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보드게임과 자전거 타기 등을 한다. 자연스럽게 대화도 하고 응원도 해 주며 게임에서 이기면 세상을 다 가진 듯 신나 하는 두 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릴 적 TV나 학교 운동장에서 흘러나오던, ‘파란 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파란나라는 어디에 있을까? 꼭 가보고 싶다는 가슴 몽글몽글해지는 작은 희망을 품으며 어느새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나는, 나의 아이들에게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꿈과 사랑이 가득한 파란나라가 되어주고 싶다. 많은 이들이 아이의 어린 시절은 잠깐이라며 아이 키우는 이 때가 제일 행복한 시절이라고 말한다. 직장 일과 병행하느라 아이와의 시간은 하루에 고작 몇 시간 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보내려고 한다. ‘나’에서 ‘엄마’가 돼 낯설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행복한 내 자신에게 위로와 박수를 보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