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지키다 떠난 선생님… 우리는 기억합니다
[르포] 故대전용산초 순직 교사의 1주기 추모식
[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당신을 기억합니다, 희망의 교단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6일 잔뜩 흐린 하늘 아래 내려앉은 침묵 속 故대전용산초 순직 교사의 1주기 추모식이 진행됐다.
지난해 9월, 4년간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교사에 단순한 애도를 넘어, 고인이 남긴 뜻을 이어받아 앞으로의 길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이날 교원노조와 교원단체, 교육 관계자들이 함께한 공동 주관으로 마련된 추모식에는 300여 명의 교사들과 시민들이 대전시교육청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엄숙한 분위기 속 시작된 추모식에서 설동호 대전시교육감과 이금선 대전시의회 교육위원장이 추모사를 낭독하며 마음을 전했다.
설동호 교육감은 “지난 1년 故대전용산초 선생님의 참 뜻을 받들어 교육활동 보호 강화와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가기 위한 시간으로 이어왔다”며 “교육적 신념과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지켜 나갈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다짐을 보였다.
이금선 위원장 역시 “선생님께서 겪으셨던 압박과 그로인한 심리적 고통을 미리 알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라며 “선생님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교육계가 나아갈 방향을 계속 고민하겠다”고 전했다.
교원단체와 교원노조의 공동 추모사도 이어졌다.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은 “교권 침해로 고통 받던 선생님은 끝내 우리 곁을 떠나셨다”며 “그 상처가 여전히 깊이 남아있다. 선생님이 꿈꾸던 희망이 있는 교실을 지켜내기 위해 함께 나아가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분노와 슬픔, 변화를 향한 강한 결의가 담긴 추모사에 교사들은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추모식에 참석한 한 교사는 “매일 교단에 설 때마다 선생님을 기억한다”며 “무너져가는 교육 현장을 바로 세우기 위해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동료 교사들의 헌시 낭독은 떨리는 목소리 속 고인에 대한 그리움과 애도의 마음이 담겨 모두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이제 중학생이 된 고인의 제자들이 준비한 ‘천 개의 바람이 되어’ 추모 연주에도 선생님에 대한 깊은 감사의 마음이 피아노 선율에 담겼다.
연주가 울려 퍼지는 순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흐느낌은 연주가 끝나고도 한동안 이어졌다.
동료 교사, 시민 할 것 없이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은 모두 같은 슬픔을 나누고 있었다.
대전시교육청 주차장에 마련된 추모소에도 시민들의 발걸음이 계속됐다.
고인을 기억하는 헌화와 함께 교사들끼리 손을 맞잡고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흩날리는 빗방울 속에서도 추모소를 떠나지 않고 이들은 선생님의 이름을 되뇌었다.
슬픔이 가득한 가운데서도 교사들은 고인을 기억하며 다시 교단에 설 힘을 얻어가고 있었다.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