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 날 임시공휴일 지정… 일정 꼬인 학교 현장 ‘혼란’

일부 학교 시험·재량휴업일 앞당기거나 미뤄 갑작스런 학사 일정 변경에 학부모·학생 불만↑

2024-09-04     조정민 기자
연합뉴스 제공.

[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올해 국군의 날이 갑작스럽게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충청권 학교 현장에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학교는 시험 일정과 방학 계획까지 수정해야 하는 등 학사 일정 조정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최근 정부가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10월 1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안건을 국무회의에 상정해 의결하며 교육계는 혼선에 빠졌다.

대전 동구의 한 고등학교는 내달 첫 주 계획됐던 중간고사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부득이하게 조정했다.

교사 박 모(33) 씨는 “올해 국군의 날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중간고사 기간이 27일(금), 30일(월), 내달 2일(수)로 바뀌며 띄엄띄엄 시험을 보게 됐다”며 “10월은 대부분의 학교가 중간고사 기간일텐데, 다들 비슷한 상황이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 시험이 예정됐던 일선 중·고등학교는 시험을 일주일 앞당기거나, 일주일 미루는 방식으로 일정을 조정 중이다.

갑작스러운 시험 일정 변경에 학생들의 불만 역시 커지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갑작스러운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중간고사 일정이 일주일이나 앞당겨졌다”며 “학습 계획이 망가질 뿐 아니라 이후 기말고사, 수행평가 등의 일정도 바뀔 수 있을 것 같아 이번 공휴일이 달갑지만은 않다”고 토로했다.

일부 학교는 이미 내달 3일 개천절 휴일로 징검다리 연휴에 맞춰 4일을 재량휴업일로 지정했다.

하지만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10월 첫 주에만 3일을 쉬게 돼 재량휴업일을 취소하거나 방학을 늦춰야 하는 상황이다.

관련 법에 따라 초·중고, 특수학교는 학년별 수업일수가 190일 이상으로 정해져 있다.

내달 1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휴일이 하루 더 늘어나면서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할 경우 학사일정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학사일정 조정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관할 교육청에 보고해야 한다.

중간·기말고사, 종업식·개학식 일정, 재량휴업일 지정 취소 등 모두 학사일정 변경에 해당해 대부분 학교가 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의 한 중학교 교무부장은 “이미 내달 4일 재량휴업일로 공지했는데, 공휴일이 추가되면서 방학식을 늦추는 방안 등으로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임시공휴일이 한 달 앞두고 갑자기 지정되며 학운위 심의도 급하게 진행하는 등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 역시 정부의 일방적 공휴일 지정에 비판이 이어진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이 모(48) 씨는 “이날 쉴 수 없는 맞벌이 부부는 아이를 어떻게 케어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학교와 학부모, 학생 의견도 충분히 반영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도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전교조는 “내달 1일 임시공휴일 지정은 학교 학사 일정 운영에 대한 배려가 없는 졸속 행정”이라며 “국민의 편의를 위해 공휴일을 지정했다면 학교 현장 목소리도 들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