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등굣길, 제도와 함께 운전자 인식 개선 절실

사설

2024-09-01     충청투데이
22일 대전 중구의 한 초등학교 스쿨존 도로포장이 벗겨져 어린이 보호구역 표시가 보이지 않는다. 사진=조정민 기자

과거 어린이들에게 가장 무섭고 위협적인 존재는 단연 호환마마였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호랑이가 멸종된 지 오래라 호랑이에게 화를 입을 일은 사실상 없다. 마마(천연두) 역시 백신의 개발로 그리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는 않고 있다. 호환마마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왔지만 어린이들에게 더욱 위협적인 존재가 등장했다. 바로 자동차다. 현관문만 열고 나가면 과거 호랑이 보다 더 위협적인 자동차들을 피할 길이 없는 세상이 됐다. 실제로 많은 어린이들이 자동차 사고로 다치거나 목숨을 잃고 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됐다. 짧았던 방학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방학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난다는 설레임도 클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즐거워야 할 어린이들의 등굣길 안전이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 통학로는 물론 인도까지 점령한 불법 주차 차량들로 인해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법으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까지 만들어 아이들의 안전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운전자들의 바뀌지 않는 인식 때문에 아직도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아직도 연간 어린이 교통사고는 8000건에 달하고 스쿨존 내 사고도 500건 가까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전국에서 어린이 14명이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희생됐고 이 중 2명은 어린이가 마땅히 보호받아야할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고를 당했다. 개학을 맞은 대전지역 학교 상당수에서도 등굣길 아이들의 안전을 방해하는 다양한 위험 요소가 여전한 상황이다. 운전자 시야확보 방해로 사고를 유발해 아이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통학로 주변 불법주정차 역시 여전하다.

물론 어린이 교통사고는 법과 제도의 보완, 사회적 공감대 형성 등으로 상당 부분 개선이 이뤄진 것도 사실이다. 사고 건수와 사망자 역시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스쿨존 차량 운행 속도를 30km로 제한하고 과속방지턱을 만들고 방호울타리를 설치하는 등 사회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하지만 통학로 주변 불법주정차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어린이 교통사를 ‘제로’로 만들려면 시설 보완과 함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법규 준수를 수용하는 운전자들의 인식변화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