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스쿨존 안전 위해 모두 함께 노력해야”

[대전 학교 안전 리포트] 이정범 대전세종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시설·운전자·어린이 세가지 관점으로 접근해야” 김기용 한국교통안전공단 모빌리티정책처 처장 “유관 기간 협업으로 집중적인 점검·관리” 유선희 녹색어머니회 대전연합회장 “부모님도 참여할 수 있는 교통안전 캠페인 필요”

2024-09-01     조정민 기자

[충청투데이 조정민, 함성곤 기자] ‘안전’이라는 말은 분야를 막론하고 최우선 가치로 여겨진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안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지금까지 어린이가 최우선으로 보호 받아야 하는 장소에서 안타까운 사고들이 되풀이됐다. 이후 법령 제정을 통한 시설 정비들이 꾸준히 이뤄져 스쿨존 내 아동 교통사고 건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안전 의식과 교통 문화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안전은 누구 하나의 노력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더 나은 교통 안전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이에 충청투데이는 각 계 교통 관련 관계자 및 전문가를 만나 의견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이정범 대전세종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이정범 대전세종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시설·운전자·어린이 세가지 관점으로 접근해야"]

"과거에는 어린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건수가 굉장히 높았지만, 현재는 계속 떨어지며 어느 정도 답보 상태가 됐다. 이제는 어린이 교통사고를 제로로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이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설과 운전자, 어린이 등 3가지 관점으로 접근해 볼 수 있다. 먼저 시설 관련 부분은 하드웨어의 보완을 의미한다. 보행자 방호울타리, 단속카메라, 횡단보도 같은 시`설이 학교 상황과 기준에 맞게 설치됐는지 확인하고 개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설치되고 있는 보행자 방호울타리는 설치 학교가 아직 많지 않은데, 설치 기준이 차량 방호가 가능할 만큼 정확하게 돼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또 현재 어린이 보호구역의 속도 제한을 30km로 제한하고 있는데, 보행로 확보가 힘들거나 도로가 협소한 경우에는 30km조차 빠르게 느껴질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도로에 따라 20km로 속도를 더 제한하거나 곡선구간, 경사지 등에 과속 방지턱 같은 차량 속도를 줄일 수 있는 물리적 장치를 추가하기도 한다. 두 번째로 어린이들을 위해 실질적인 통학로 안전 개선과 교통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 현재 등교 시간에 교통 안전지도를 해주시는 분들이 있지만, 아이들과 차들이 다니는 길은 더 넓고 다양하기 때문에 주 통학로 외에도 안전장치나 인력 투입을 고려해야 한다. 또 아이들은 신호가 바뀌면 곧바로 뛰는 경우가 많다. 신호가 바뀐 순간에 치고 나가는 차들이 많아 횡단보도 앞에서 절대 뛰지 않게끔 반복적인 교육과 안전 체험 교육을 주기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운전자는 법규 준수가 곧 어린이 안전을 지키는 것임을 상기하고 법규를 준수해야 한다. 특히 불법 주정차로 인한 사각지대에서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보다 승용차가 높기 때문에 이를 인지하고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어린이 교통사고를 제로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기관 혼자나 개인만 나선다고 해결될 수 없다. 교통과 관련된 유관 기관의 적극적 태도, 이를 수용하고 지켜 나가는 시민들의 행동이 조화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기용 한국교통안전공단 모빌리티정책처 처장

[김기용 한국교통안전공단 모빌리티정책처 처장 "유관 기간 협업으로 집중적인 점검·관리"]


"대전시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는 전국적인 추세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사망자 수는 줄었지만 사고 건수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적으로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는 14명이다. 스쿨존 내에서 사망한 어린이는 2명이다. 여전히 어린이 교통사고는 8000건 정도에 머물러 있고 어린이 보호구역 내 사고도 500건 가까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통계는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과 사망자 수 감소에 초점을 둔 안전 정책이 효과를 거뒀지만, 사고 건수 자체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어린이 보호구역의 경우 기존에 설치된 안전시설 유지보수와 주기적인 점검이 중요하다. 또 보호구역 내 사고 발생 요인을 줄이기 위해 차량 임시주정차 문제를 엄격히 관리하고 어린이들의 실제 통행 경로를 고려한 시설 보완을 해 나가야 한다. 특히 스쿨존 내에서 사고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어린이들의 통행 경로가 예상과 다르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호구역 시설을 점검하고 개선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어린이 교통사고의 70% 이상은 스쿨존 구역 밖에서 발생한다. 대부분 주택가 이면도로에서 발생하곤 한다. 이면도로에 대한 시설 점검이 이뤄져야 함에도 현실적으로 모든 이면도로를 관리하기엔 한계가 있다. 그 때문에 아이들의 주 통학로를 면밀히 조사하고 설정해 집중적인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육청과 경찰청, 행정안전부 등 유관 기관 간 유기적인 협업이 필수적이다. 기관들은 통학로 내 시설 점검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어린이 보호구역 사업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 교통사고는 등교 시간보다 주로 하교 시간대에 발생한다. 하교 시간대는 교통안전 지도가 등교 시간 대비 부족하기 때문인데 하교 시간에도 안전 지도 프로그램의 체계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교통 교육을 정규 교과 과정에 포함시켜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실습을 통해 아이들의 안전 의식을 고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 유선희 녹색어미니회 대전연합회장

[유선희 녹색어머니회 대전연합회장 "부모님도 참여할 수 있는 교통안전 캠페인 필요"]

"스쿨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각 학교마다 주 통학로는 모두 다르다. 스쿨존으로 지정되는 범위 외의 곳에서 학생 통행량이 더 많은 곳도 적지 않다. 학교마다 제각각인 환경을 모두 조사하는 데엔 한계가 있겠지만,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체계적인 정비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쿨존 내 주정차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해당 어린이보호구역 근처 주민들이 주차 공간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주차하는 경우가 많다. 맞벌이 학부모들은 자녀를 차량으로 등교시키는 경우가 있어, 이러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대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단속만으로는 계속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학교 주변 주차 공간을 확보하고 탄력적 주정차 허용 등을 통해 상권을 보호하면서도 어린이 안전을 보호 하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학생들에게도 더 체계적이고 효율성 있는 교통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초등 저학년 학생들은 횡단보도 신호등을 잘 기다리긴 하지만, 신호가 바뀌자마자 뛰어가는 행동이 자주 포착된다. 보다 구체적이고 반복적인 교통안전 교육 뿐 아니라 체험형 안전 교육 등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통학로 안전을 위한 교통봉사 활동을 확대 및 강화하는 방안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현재 등굣길 안전지킴이 분들은 대부분 고령 봉사자분들인데, 사실 고령자들도 교통 약자다. 교통 약자가 같은 교통 약자를 지켜줘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안전지킴이 봉사자 뿐 아니라 부모님들이 참여할 수 있는 녹색어머니회와 경찰과 함께 릴레이 교통안전 캠페인을 진행하며 어린이와 운전자 모두에게 교통안전 중요성을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체계적 대안을 구성하고, 지자체 차원의 실행까지 옮겨졌을 때 비로소 스쿨존 안전이 온전해질 것이라 본다. 현재는 학교 측에서 시설 정비에 대한 요청을 해도 몇 년씩 기다리기도 한다. 현장 목소리를 듣고 의견 수렴에만 그칠 것이 아닌, 개선을 위한 예산 확보를 통해 안전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