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 식당 허가에 문의면 반발… “매표소도 빼가더니 우리 다 죽이려해”

[르포] ‘청남대 식당’ 공포에 떠는 문의면사무소 소재지 근근이 찾아오던 관람객 끊길까 걱정 “그동안 지역에 보탬돼 불편 참았던 것” 충북도 “커다란 피해없어 기우에 불과” “식사 외부서 하도록 간편식 최소 제공”

2024-08-27     김영재 기자
▲ 25일 낮 11시40분경 청주 문의면사무소 소재지의 한 식당이 텅 비어있다. 식당 사장은 현재 코로나 사태 때보다 경영난이 더 심각하다고 했다. 이 상황에서 수질관리규칙이 개정돼 옛 대통령별장 청남대에도 식당 등 관람객 편의시설 설치가 가능해졌다는 소식에 지역 식당업계가 크게 걱정하고 있다. 사진=김영재 기자

[충청투데이 김영재 기자] 뙤약볕 아래에 오가는 사람 없이 거리는 한산했다.

기자가 청주 문의면사무소 소재지를 찾은 25일은 문의면 장날임에도 오가는 차량이나 사람을 보기가 힘들었다.

면사무소 소재지는, 특히 식당업계는 지금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수질관리규칙이 개정돼 옛 대통령별장 청남대에도 식당 등 관람객 편의시설 설치가 가능해져 충북도가 관광활성화 기대에 한껏 들떠 있는 것과 대비된 풍경이다.

수질관리규칙 개정 소식은 장사로 가계를 꾸리고 있는 면사무소 소재지 주민들에게 아닌 밤중에 홍두깨고 날벼락이다.

문의면 지역경제는 그동안 청남대 때문에 유지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배신감까지 토로하고 있다.

지역경제가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기울기 시작했지만 그나마 청남대 관람객 때문에 근근이 유지하고 터였다.

청남대에 식당, 편의점 등이 없으니 관람객들이 면사무소 소재지로 나와 간단하나마 끼니를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청남대에는 매점 하나만 있다.

청남대에 올해 연말부터 식당 등이 운영을 시작하면, 문의면 지역경제는 주민들 말로 ‘폭망’이다.

한 식당 사장은 "(충북)도가 우리를 아예 죽이려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충북도가 면사무소 소재지에 있던 매표소를 청남대로 옮겨 관람객들이 청남대로 직행해 영업에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충북도는 2003년 정부로부터 관리권을 이양 받을 때 청남대를 문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용하려 매표소를 면소재지에 설치하고 이곳에서 청남대까지 셔틀버스를 왕복 운행했었다.

목적이 뚜렷하니 관람객들의 볼멘소리는 대놓고 묵살했던 때였다.

협소한 지역 주차장은 전국에서 몰려든 차를 소화하지 못해 매표소 주변뿐만 아니라 면사무소 소재지 도로 전체가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았다. 그만큼 사람도 북적였고 지역경제는 활황이었다.

이 사장은 "매표소 옮긴 게 (지역경제에) 엄청 타격을 줬지만 (청남대에) 식당이 없어서 먹는장사는 그럭저럭 됐다"고 전했다.

그러고는 힘이 풀린 목소리로 "이젠 다 끝났다"고 했다.

다른 한 식당 사장은 "지금 코로나 시국보다 더 어려운데 청남대에 식당이 생기면 장사를 접어야지 다른 방법이 있느냐"면서 "유명한 맛집 몇 곳을 빼면 면소재지 식당들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푸념했다.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이곳 식당들은 주민을 대상으로 한 ‘안면장사’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오로지 외지인이 주고객이라 충격이 커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대표는 "가뜩이나 코로나 이후 장사하러 들어오는 사람도 드물었는데 이젠 아예 발길이 뚝 끊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주민은 "우리와 한마디 상의 없이 이 일(청남대 식당 설치)을 한 것은 배신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청남대 국화축제 때 몰려드는 차들 때문에 주민들이 5분거리를 반나절만에 가는 불편을 감수한 것은 (청남대에) 그만큼 도움을 받았다고 느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면서 "지역발전을 외면하면 주민들과 관람객 간 부딪히는 일이 많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도 했다.

청남대는 이 같은 주민들의 입장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청남대에 들어서는 편의시설 중 하나인 식당은 주민들이 생각하는, 주류와 완전조리식품을 제공할 수 있는 일반음식점이 아닌 휴게음식점이라는 것이다.

충북도는 이 휴게음식점에서 샌드위치, 라면, 어묵 등 간편식을 최소한으로 제공해 제대로 된 식사는 가급적 외부에서 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한다.

청남대관리사업소 관계자는 "면사무소 소재지 식당업계에서 많이 걱정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청남대 편의시설 설치가) 지역경제에 피해를 입히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간편식을 최소한으로 제공하겠다는 게 우리 방침"이라며 "청남대는 지역주민들과의 상생관계를 더 돈독히 하는 방안을 계속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재 기자 memo340@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