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명과 암’… 현장을 가다
[도시재생사업 10년 성과 점검해보니]
[충청투데이 강승구 기자] 수년간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추진된 결과 대전에서는 총 5곳에서 사업이 완료됐다. 그러나 해당 지역들에선 명과 암이 뚜렷하게 엇갈렸다. 불안정한 수익 구조로 전기세·관리비 등 시설 유지비조차 감당키 어려워 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끈 지역도 공존했다. 이와 관련해 사업이 완료된 도시재생 지역을 살펴보고 원주민과 사업 운영 주체인 사회적협동조합 관계자 등을 만나 실태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수익구조 빈약… 자생할 수 있는 환경조성 절실
동구 대동 "지속가능성에 깊은 근심"
"앞으로 솔직히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어요. 길어야 2년입니다."
건물 운영을 위한 매월 200만원 가량의 시설 유지비는 감당키 어려웠고, 인건비도 제대로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체 사업은 지난해 완료됐지만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수익 구조는 빈약했다.
조합 관계자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나오기 전까지 전기세라도 지원해 주는 방안을 마련해주면 좋겠다"며 "운영이 빠듯하다 보니 대동마을 축제도 운영할 여유도 없어 올해는 넘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벽화, 마을 공원 조성 등 주민들의 호응을 얻으며 시작했지만, 현실적인 벽에 부딪히자, 도시재생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나왔다.
안선숙 통장은 "마을엔 빈집도 아직 많고, 집에 화장실도 없는 분도 계신 데, 도시재생이라고 하지만 부족한 게 많다"며 "주민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이 이어지게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입 안정화 위해 발로 뛰는 주민들
가오동 "안정적인 운영은 아직 난항"
뉴딜사업이 진행된 가오동 새터말의 핵심 키워드는 ‘숨두부’다. 숨두부는 순두부의 충청지역 사투리로, 대전 도사리(현 가오동 일부), 산내를 비롯해 새터말에서 그 명맥이 이어진 향토음식이다. 두부두루치기가 대전의 대표음식으로 자리잡게 만든 배경이기도 하지만 그 역사는 점차 옅어졌고 이제는 새터말이 중심이 됐다. 고령화 비율 90%를 넘어서는 새터말 주민들은 이러한 처지에 놓인 숨두부를 메인 콘텐츠로 도시재생에 나섰다. 그리고 숨두부를 알리기 위한 체험공간이자 기록을 품고 있는 ‘정(情)말 숨두부관’,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커뮤니티시설 ‘가오 새터말 정말 센터’의 문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그 과정은 녹록지 않았지만 의지를 꺾지 못했다. 센터 부지 매입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했지만 주민들이 자비로 가계약금을 내는 등 사업에 사활을 걸었다. 이후 여러 활동을 펼치며 점차 ‘숨두부’를 외부로 알려나갔고 대전 0시축제나 동구 야시장 등 행사에도 제안을 받아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시점에선 타 지역 사업보다 출발이 늦었던 만큼 사업 추진을 위해선 주민 등 인건비와 자금 운용 등 구성원들의 희생이 뒷받침돼야 하는 실정이다. 공유사무실이나 대관, 프로그램 등을 통한 수익도 어느 정도 확보된 상황이지만 온전한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선 후속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 메인 콘텐츠의 수익 창출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다만 뉴딜사업을 사실상 실패작으로 규정, 점진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축소 중인 정부의 기조에 근심은 깊다. 협동조합의 관계자는 “후속 지원을 위한 관련 지자체 조례도 마련돼 어느 정도 기대가 있었다”며 “우선은 숨두부의 명맥을 잇고, 공동화되고 있는 마을을 살리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주민과 상인이 함께 지역민만의 콘텐츠 발굴
중촌동 "맞춤패션, 안정적인 수익으로"
"주민과 상인들이 함께 만든 중촌동 다음 세대를 위한 공간입니다." 중촌동 뉴딜사업 대상지는 타 사업 완료 지역과 사뭇 달랐다. ‘맞춤패션’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준공 2년이 지난 맞춤패션플랫폼은 상인들과 호흡을 하나둘 맞춰가고 있다. 또 지역 패션 전공 학생을 위해 미싱 노하우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패션 거리 상인회는 플랫폼에서 중촌동만의 로컬 브랜딩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플랫폼이 순항하게 된 배경은 안정적인 수익 구조인데, 공영주차장 이용요금과 대관으로 고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옥상에 설치된 태양열 발전기로 전기세를 절감할 수 있었다. 이는 뉴딜사업을 통해 재조성된 맞춤패션특화거리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진 영향도 크다. 시설 유지비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되자 상인들은 지역만의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게 됐다. 조합은 앞으로 자생력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건 전문가 양성에 달렸다는 판단이다. 조합이 주체가 돼 사업비를 따내거나, 플랫폼 운영에 맥이 끊기지 않는 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는 것. 최용덕 사무국장은 "실제로 운영에 들어갈 때는 사업을 따내거나 대외적인 경력이 필요하다"며 "도시재생 운영자들끼리의 노하우 공유 등의 커뮤니티 형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핵심콘텐츠 부족… 플랫폼 제구실 위한 뒷받침 필요
은행동 "원도심 활성화 숙제는 여전"
"여름이랑 겨울에는 대전천 위로 올라가야 해서 오가기 힘들었는데 이렇게 뻥 뚫리니 편하죠"
중앙로 신·구 지하상가 연결 통로에서 만난 한 시민이 이같이 말했다. 중앙로 지하상가와 대전역 앞 지하상가 사이 140m 구간을 연결하는 사업은 원도심 상권 상인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연결통로에 조성된 청년창업실은 7곳 중 6곳의 불은 전부 꺼진 채 문도 굳게 잠겨있었다. 이는 핵심 콘텐츠의 부재로 인한 상황이라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김진호 중앙로 지하상점가 상인회장은 "연결 통로 개통으로 공간이 갖춰진 만큼 먹거리와 볼거리를 채워 지하상가를 방문하는 고객이 머물다 갈 수 있도록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동 인쇄거리에 위치한 ‘도심형 산업지원플랫폼’도 또 하나의 숙제다.
2021년에 플랫폼은 준공됐지만 지하 1층 인쇄 협업 공장 입주, 인쇄거리 전시관 조성 등 인쇄거리 상인들의 첫발은 아직 떼지 못했다. 플랫폼이 제구실할 수 있도록 행정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주민·상인 모이는 구심점… 아이템 실현 플랫폼 정착
어은동 "전국에서 손꼽히는 선진 지역"
유성구청 뒤편에 위치한 ‘안녕센터’는 마을 주민이 모이는 사랑방이다.
마당 한구석 자리한 놀이터엔 아이들이 뛰어놀았고, 건물 2층에 위치한 공유 오피스와 셰어 하우스는 창업을 준비하는 지역 청년들이 거주하면서 미래를 그리는 공간이 됐다.
뉴딜사업으로 탄생한 안녕센터가 주민들의 자생력을 기르게 된 하나의 원동력이 됐다.
김효임 안녕마을 협동조합 이사장은 "안녕마을은 궁동과 어은동의 통로라는 ‘어궁동’이라고 불릴 정도로 관심이 없어 상권도 오랫동안 침체해 어려움을 겪었다"며 "센터라는 공간이 생기자, 주민회, 상인회는 긴밀해졌고, 기획했던 아이템을 실현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변화됐다"고 말했다.
안녕센터가 안정적으로 자립하게 된 큰 계기 역시 수익 구조였다.
셰어하우스, 공영주차장 등 수익으로 유지비에 대한 고민을 덜자, 주민들은 도시를 살리는 방안을 스스로 모색하게 됐다.
주민들의 목표는 하드웨어를 벗어나는 게 목표라고 입을 모았다.
안녕센터라는 거점이 없어도 외지 방문객이 찾고, 거주로 이어질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 마을을 지켜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강승구 기자 bigman017@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