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 기자

김중곤·대전본사 교육문화부 기자

2024-06-11     김중곤 기자
김중곤 기자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기자님 번호가 스팸으로 떠요."

10일 만난 취재원에게 들은 이 말 한 마디에 심장이 철렁했다.

다시 그에게 전화를 걸어 보니 정말로 스팸이라 뜨면서 통화 연결이 순식간에 끊겼다.


그가 핸드폰에 설치한 스팸 연락 차단 앱에는 내 번호에 대한 ‘싫어요’가 66건 표시돼 있었다.

기레기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스팸 기자’는 또 처음이다.

취재를 위해 모르는 사람에게 연락하는 일이 다반사인 직업인데, 그동안 전화를 받지 않은 무수한 취재원이 스쳤다.

짐작가는 일이 있기는 하다. 지난 2월말경 스미싱(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사기)을 당한 것이다.

주변에선 무슨 기자가 스미싱이냐고 헛웃음을 보였지만 정말이다.

당시 한화이글스 스프링캠프를 취재하기 위해 일본 오키나와에 있었고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문자가 왔다.

해외 출장에 정신도 없었고 거칠게 운전하던 그동안의 업보인가 싶어 의심 없어 문자 속 링크에 접속했다. 사기를 당한 순간이었다. 교통민원 홈페이지와 형태만 같은 가짜 사이트였다. 불행 중 다행히도 금전적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 연락처는 또 다른 범죄에 악용됐다. 당한 수법 그대로의 문자가 이번에는 내 핸드폰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수백건 발송됐고 통신사는 내 전화와 문자, 인터넷까지 모두 끊었다.

먹통이 된 통신은 귀국 후 통신사에 나 역시 사기 피해자임을 사정하고 핸드폰을 초기화하는 조건으로 겨우 복구했다. 자존심을 구긴 이 사건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잠복해 있다가 이내 스팸의 형태로 다시 고개를 든 것으로 보인다.

스미싱과 스팸이라는 당혹스러운 일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두 가지다.

첫째로 이상한 문자는 절대 누르지 말 것. 쓰라린 인생 경험을 치른 후 리딩방 초청을 포함한 이상한 문자는 모두 스팸 신고하고 있다.

둘째로 내 연락처는 010-7118-6083이다. 혹여 이 번호로 수신이 왔을 때 스팸이라고 떠도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냥 받기 싫은 것까진 말릴 수 없겠다.

내 번호가 스팸으로 뜬다고 알려준 취재원은 그래도 만남에 응해줬고 질문에 답을 줬다.

스미싱으로 통신이 막혀도, 연락처가 스팸으로 분류돼도 취재원에게 향하는 기자의 사명에는 변함이 없다.

계속, 앞으로도 진솔한 자세로 나아가는 기자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