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선택한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 개혁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24-05-21     충청투데이

1988년에 도입된 국민연금은 이제 36년째를 맞고 있다. 국민연금은 도입 당시 보험료 3%, 소득대체율 70%라는 매우 관대한 조건으로 출발했으나 이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몇 차례 개혁을 진행하여 현재는 9% 보험료, 40% 소득대체율을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출산율 급락,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심각한 노인 빈곤 문제로 인해 새로운 국민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필요성에 부응해 작년에 국회 안에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지난 4월에는 500명의 시민대표단이 선발되어 어떤 개혁안을 선호하는지 선택했다. 선택지로서 제시되었던 개혁안은 두 개다. 1안은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되 재정안정을 위해서 보험료를 13%로 동시에 올리는 것이다. 2안은 소득대체율은 그대로 두고 보험료만 12%로 올리는 것이다.

시민대표단에게는 자가 학습, 전문가의 설명, 전문가와의 토론을 거쳐서 두 개 중 하나의 안을 선택하게 했는데 최종적으로 과반이 선택한 것은 1안이었다. 이들이 최종 선택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는 매우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었다. 세 차례에 걸쳐서 어떤 안을 선호하는지 물어보았는데, 자가 학습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모르겠다고 답한 사람들도 꽤 많았고, 1안보다 2안을 선호하는 사람이 더 많았는데 최종적으로는 모르겠다고 답한 사람이 크게 줄어들고 2안보다 1안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더 많게 변화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시민대표단이 미래 재정안정은 나 몰라라 하고 연금을 더 달라고 하는 이기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보아서는 안된다. 미래 세대를 대표하는 20대 시민대표도 1안을 선택한 사람이 더욱 많았다는 점에서 그렇게 평가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국민연금에 대해 지금보다는 더욱 수준 높은 보장성을 약속해 주기를, 즉 국민연금을 통해서 최소한의 안정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게 되기를 시민대표단이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더 낼 수 있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국민은 더 내고 더 받는 1안을 선택했다. 국회는 이러한 선택을 존중해서 보장성도 강화하고 재정도 안정화할 묘안을 제시해야 한다. 어려운 문제이지만 보험료 인상에만 집착하지 말고, 국고투입,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제고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한다면 이러한 요구에 부응할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은 선택했고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