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고교생 ‘자퇴’ 러시] 부적응자는 옛말… 입시전략 떠오른 자퇴

[충청권 고교생 자퇴행렬 외면당하는 공교육] 올해 수능 지원자 중 검정고시 출신 1만5499명으로 역대 최고치 대입제도 정량평가 강화·교권추락 탓 면학분위기 저하된 게 원인

2023-10-12     최윤서 기자
2023학년도 10월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1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여자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답안지에 이름을 적고 있다. 2023.10.12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 올해 고등학교 1학년인 A(17) 군은 1학기에 자퇴를 하고 현재 입시종합학원을 다니고 있다. 고등학교 입학 후 첫 중간고사에서 시험을 망쳤는데 내신을 포기하고 검정고시를 치룬 뒤, 정시로 대입을 준비하는 게 낫다고 판단 한 것. 자퇴 이후에도 친구들과 계속 연락하며 교우관계를 유지 중이라는 그는 내신싸움 대신 일명 ‘전략적 자퇴’로 자신 만의 길을 걷고 있다.

자퇴생은 ‘비행청소년’이라는 인식도 이제는 옛말이다. 대입제도 전반에 정량평가 강화되고 추락한 교권 속 면학분위기가 저해되자 입시전략으로 ‘탈(脫) 학교’ 러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간 우리 사회는 자퇴생에게 학교부적응자, 비행청소년 등의 낙인을 찍으며 이들을 부정적 시선으로만 바라봐 왔다.


하지만 무너진 교권과 공교육의 위기 그리고 대입제도의 변화로 자발적 검정고시자들이 늘며 학생들에게 이제 학교교육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고 있다.

실제 올해 수능 지원자(50만 8030명) 가운데 검정고시 출신(1만 5499명) 비율은 3.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자퇴생 증가의 가장 큰 요인으로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평가 전면폐지 및 서울 주요대학들의 정시비율 확대(20%→40%) 등이 꼽힌다.

현재 수시전형은 자기소개서, 수상기록 등 정성평가가 폐지되고, 내신 성적의 영향력이 커지며 고1 첫 중간고사 결과부터 입시전략의 향방이 결정된다.

전체 내신에서 고1 내신 성적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45%에 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당시 조국 딸 입시비리 의혹 사태로 학종 정성평가 등 수시에 대한 변별력이 지적되자 서울 16개 주요대학들은 정시 비율을 대폭 확대됐다.

2024학년도 대입에서 이들 대학의 정시 비중은 40.7%에 달한다.

이 같은 기류 속 상위권 학생일수록 고1 내신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차라리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치룬 뒤 정시 대비에 올인 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대면수업의 중요성이 약화되면서 일부 학생들 사이에선 학교에 출석해 교과수업을 받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됐다. 또 최근 교권 추락으로 학교현장의 면학분위기가 저해되며 다수의 학습권이 침해 받는 경우가 발생하자 자퇴러시에 불이 붙었다.

대전의 한 고1 담임교사는 "예전보다 자퇴하려는 학생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음을 현장에서 많이 느낀다"며 "과거엔 학교생활 적응하지 못하거나 비행청소년들이 자퇴 고민을 많이 했다면 최근엔 서울 주요대학을 목표로 하는 성적 상위권 학생들이 입시문제로 자퇴 상담을 많이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