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안적 대학 정책(1)] ‘선택과 집중’에 외면받는 비수도권

[시리즈] 늘어날 땐 방치, 이젠 "모두 살릴 순 없다"… 대학 정책 이대론 문제 있다 <글 싣는 순서> ① 과거 ‘양적 팽창’한 대학, 40% 이상은 수도권 ② 정부, 대학 개혁 나섰지만 ‘수도권 감축’은 외면 ③ 지역대 정책? 수도권 집중 개혁 없인 ‘도루묵’ ① 과거 ‘양적 팽창’한 대학, 40% 이상은 수도권 고등교육기관 우후준순 난립 설립된 사립대 40.9% 수도권 정부 "양적 팽창한 대학 퇴출" 비수도권 중심 정원감축 진행 수도권 일극체제 문제 외면해

2023-04-03     조선교 기자
한 대학 복도에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현 정부는 20여년 전 시행된 대학설립준칙주의의 과오를 인정했다. 당시 정책으로 인해 고등교육기관이 우후죽순 난립했기 때문이다. 부실·한계대학의 퇴로 역시 제대로 설계되지 않으면서 양적으로 팽창한 대학들은 대체로 유지됐다. 그 사이 대입생은 반토막이 났고 지역대학들은 존폐 위기에 내몰린 실정이다. 현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두고 ‘모든 대학을 살릴 순 없다’며 선택과 집중에 따른 지원사업을 통해 대학 줄이기에 나선 모습이다. 그러나 칼끝은 비수도권 대학을 겨냥하고 있다. 대학가에선 정부 정책들이 허울만 좋을 뿐 지역대학을 차례로 고사시키기 위한 계획이란 비판까지 나온다. 겉으론 각종 사업을 지역대학의 생존을 위한 해법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수도권 일극체제 문제만은 끝내 외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시각은 타당한지, 또 지역사회의 요구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대학설립준칙주의(이하 준칙주의)가 시행된 뒤 약 18년간 신설된 사립대 중 40% 이상은 수도권 대학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제도 시행 이후 신설 대학이 늘면서 고등교육계 위기가 가중된 만큼 앞으로 대학 수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판단이지만 수도권만은 사실상 열외로 둔 실정이다. 3일 대학가에 따르면 준칙주의는 교지와 교사,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등 최소 설립 요건을 갖추면 대학 신설을 인가하는 제도로 대졸 인력 부족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돼 1996년 시행됐다.


이후 2014년 준칙주의 폐지와 함께 대학 정원 감축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짧은 기간에 신설 대학이 난립했고 약 18년간 공시 기준 사립대 캠퍼스 61개교(사이버대·기능대·폐교 등 제외)가 문을 연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준칙주의 시행 이후 신설된 사립대 61개교 중 25개교(40.9%)는 수도권 대학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수도권 내 사립대는 100개교를 훌쩍 넘어 120개교로 올라섰고, 경기에서만 18개교가 늘어 총 65개교로 급증했다.

동기간 충청권에선 5개교가 신설됐으며 호남권 9개교, 부산·울산·경남 8개교, 대구·경북 6개교, 강원 7개교, 제주 1개교 등이 들어섰다. 비수도권의 각 권역별 신설 대학 수는 경기지역과 모두 2배 이상 격차를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양적 팽창으로 불어난 대학들이 정리를 통해 퇴출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거 준칙주의 도입에 관여했던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앞서 장관 후보자 청문회부터 이 같은 기조를 내세운 바 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신규 사업에서도 동일한 기조가 엿보이자 대학가에서는 여러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충청권 한 대학의 주요 보직자는 "인구 감소가 예견됨에도 신설이 쉽게 허용됐고, 또 신설 ‘붐’이 수도권에서 크게 불었다면 형평성과 정부의 책임 문제에서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원 감축은 예산 지원을 미끼로 여전히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진행 중"이라며 "정부가 수도권 집중이라는 근본적 문제엔 왜 손대지 않는지 비판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