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엄마의 무릎 수술
박연수 충북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2021-01-14 충청투데이
X레이 사진을 보면서 가슴이 울컥했다. 의사선생님은 “이렇게 연골이 이렇게 다 달았으니 얼마나 아프셨을까”라며 “수술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하셨다. 머리를 한 대 세게 뚜드려 맞은 듯 정신이 혼미해지고 심장의 울림이 잠시 멈추었다.
엄마는 오랫동안 무릎이 아파 고생하셨다. 관절염이라는 놈이 무릎에 들어와 병원에 수시로 다녔다. 2~3년 전부터 자꾸 다리가 오다리가 돼가는 걸 보면서도 “아이고! 우리 엄마가 자꾸 늙어 가시네. 우짜노”란 생각만 했다. 병원에 모시고 가 근원적인 치료를 할 생각조차 못 했다. 그런 와중에 아버지께 전화가 왔다. “옆집 아주머니가 청주에서 무릎 수술을 하셨는데 너무 좋다고 한다네. 네 어머니도 수술을 알아봐”라고 하신다. 이리저리 알아보다 지인의 도움을 받아 관절 연골수술 전문 병원을 찾았다. 원장은 "연골이 다 달아서 고통이 수반되고 다리가 벌어지는 것이라며 수술해서 인공연골을 넣으면 다리도 펴지고 고통 없이 살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바로 수술일정을 잡았다.
병원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통합병동은 면회 및 보호자 상주를 전면 제한하고 일반병동은 상주 보호자 1인을 제외한 모든 면회를 제한'하고 있다. 수술실 앞에서 가족들이 모여 수술 잘 되기를 기원하던 옛 모습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다행이 수술한 왼쪽 무릎은 호전이 잘 되고 있다고 한다. 오른쪽 무릎 수술일정도 잡혔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다시 수술 확인 사인을 하고 수술 끝나고 병실에 온 엄마를 두 시간 동안 잠들지 않게 이야기 나누는 것밖에 없다. 코로나가 바꾼 병원 생태계다. 그저 안부전화 하고 날마다 쾌유를 기원하는 기도 말고는 할 것이 없다. 오랫동안 고통을 호소하던 '엄마의 무릎 수술 고민을 왜 하지 못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조금 일찍 수술했더라면 엄마의 고통 시간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었을 텐데" 퇴원하는 날 다리가 곧게 펴진 건강한 엄마와의 재회를 손꼽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