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정답 맞히기 교육’의 문제
이진철 세종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장
2020-11-11 충청투데이
한국은 짧은 기간에 많은 발전을 이루어낸 대표적인 나라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 걸쳐 각종 지표들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발전을 이룬 원동력이 ‘교육’이라는 데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한국의 초중등 학교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미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지난 30여 년에 걸쳐 제기되어 온 학교교육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학교의 운영 체제에 관한 것이고 또 하나는 교육 내용에 관한 것이다.
이제 학교교육의 문제는 ‘교육 내용의 문제’로 집중될 차례이다. 교육내용의 문제는 곧 교육과정의 문제이다. 교육과정의 문제를 압축적으로 말하자면 ‘정답 맞히기 교육’의 문제이다. 학부모들 사이에 자녀의 학교교육을 ‘기-승-전-대입’이라고 한다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다. 이때의 대입은 곧 수능을 의미하고 수능은 결국 ‘정답 맞히기 경쟁’이다. 초중고 학창시절 내내 정답맞히기 교육을 받아 온 학부모 세대들이 볼 때 교육은 곧 정답 맞히기이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어본 적이 없다. 교사들 역시 정답이 없는 문제를 내본 적이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정답 맞히기 교육의 문제는 학생들을 ‘정답을 맞춘 학생’과 ‘정답을 못 맞춘 학생’으로 가르고, 이어서 정답을 ‘많이 맞춘 학생’과 ‘적게 맞춘 학생’으로 서열화시키게 된다는 점이다. TV의 청소년 퀴즈프로그램은 수십 년째 정답 맞히기라는 ‘오래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읽기, 쓰기, 셈하기 등 기초학력을 습득하는 과정은 정답맞히기 학습일 수 있다. 인지능력을 키우고 그 결과를 확인하기 위한 평가 방법으로 정답맞히기 방식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인지능력이 교육의 전부가 아니라는 데 있다. 가치 판단과 태도 등 정의적 영역, 관계 형성과 갈등 해결 등 사회적 영역, 자신의 신체를 스스로 관리할 줄 아는 신체적 영역 등 학교교육을 통해 키워야 할 능력은 다양하다.
학교교육이 정답 맞히기 교육에서 벗어나 ‘전인 교육’을 해야 함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학교교육의 문제 중 학교 운영 체제의 문제를 사회적 관심 속에 ‘민주적 통제’로 진전시켰듯이, 정답 맞히기 교육에서 벗어나는 길 역시 사회적 관심과 합의의 과정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