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 징역 22년" 천안 9세 아동 가방감금 살해 사건 재판장의 눈물

드라이기 바람 넣으며 7시간 감금 법원, 미필적 고의인정 살인죄 적용 판결문 읽던 재판장도 눈물 흘려

2020-09-16     이재범 기자
사진 =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엄마라고 따르며 의지했던 여성의 강압적 지시에 반항조차 못하고 7시간 넘게 작은 여행 가방에 갇혀 결국 숨을 거둔 9살 아이의 안타까움 죽음에 판결문을 읽는 재판장도 눈물을 흘렸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형사1부는 16일 살인과 상습아동학대, 특수상해 등의 구속기소 된 A(41) 씨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이 요청한 위치추적 장치 부착 명령에 대해서는 “재범 가능성이 없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매우 높고 범행 경위나 동기, 피고인과 친부 피해자와의 관계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가방에 올라가 뛴 적이 없다’, ‘드라이기로 가방 안에 뜨거운 바람을 넣지 않았다’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리도 올라오라고 해서 같이 뛰었다. 피해자가 뜨겁다고 말했다”는 A 씨 친자녀들의 진술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살인 범행은 그 수법이 극히 잔인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일말의 연민이나 동정심, 측은지심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피해자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점철된 살의가 느껴질 뿐”이라며 “피고인은 수많은 반성문 제출했지만 진정으로 반성하고 참회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채대원 형사1부 부장판사는 이날 판결문을 읽는 도중 “피해자는 단지 9살의 어린 아이였다”라며 흐느끼는 등 여러 차례 말문을 잊지 못했다. 그는 “경찰관이 꿈이었던 아이는 가족과 함께 외식하는 그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피고인의 학대 가운데 가족 안에서 왕따로 살다가 안타깝게 숨을 거뒀다. 유족들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피해자 사망 가능성을 예견했다’며 A 씨에 대해 무기 징역형과 20년간의 위치추적 장치 부착 명령 등을 구형했다.

결심공판에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죄송하다. 모두에게 사죄드린다”고 말했던 A 씨는 이날 판결 선고가 끝나자 고개 숙인 채 서둘러 법정을 떠났다.

A 씨는 지난 6월 1일 점심 무렵부터 7시간가량 천안시 백석동의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던 9세 아동을 여행용 가방에 감금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한 뒤 이틀 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