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COVID-19 백신 개발과 부동산 정책

정 성 훈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0-08-20     충청투데이

COVID-19의 충격에서 전세계가 아직도 헤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재 대한민국을 포함해 선진 각국은 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7월까지 COVID-19와 관련해 발표된 학술 논문의 수는 15만 건이 넘는다.

바이러스의 정체에 대해서도 치료의 실마리가 보여야하지만 현재 명쾌한 해결방안이 없다.


대한민국 역시 최근 수개월 동안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바로 급등하는 부동산 시세 문제다. 정부의 22번째 부동산 대책에도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황이다.

COVID-19 백신 개발과 부동산 대책이 어떤 관련이 있기에 이 자리에서 함께 거론되는 것일까?

언뜻 보면 상관없는 것 같지만 둘 다 복잡한 시스템을 통제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COVID-19를 정복하기 위해선 바이러스의 정체와 약점만 파악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우리 자신의 몸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급격한 호흡부전에 이르러 사망하게 되는 치명적 사례들은 바이러스 자체의 독성보다는 소위 '사이토카인 폭풍'이라 부르는 급격한 면역반응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

이는 평상시 몸을 방어하는 면역체계가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역작용을 가져온 결과다.

면역체계란 정해진 청사진에 의해 질서정연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생명체의 모든 실패와 성공의 기록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형태다.

현 상황에 맞는 부분도 있고 오히려 해가 되는 부분도 있으며 예기치 않은 상황에 맞닥뜨리면 전혀 엉뚱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집이란 과거 토지와 마찬가지의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토지와 주택거래는 비교적 손쉽게 지위 상승 기회수단이었고 이 판에 끼지 못하면 낙오자가 된다는 절박함도 존재했다.

이에 실거주자는 실거주자 대로 투기꾼은 투기꾼대로 온갖 샛길을 만들어 열망을 충족하는 방법을 찾아왔으니 이는 면역체계와 마찬가지로 지극히 복잡한 시스템이다.

지금의 시스템이 어떻게 만들어져왔나를 살펴보지 않는 이상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기란 요원하다.

특히 COVID-19 초기, 이란에서는 메탄올을 소독제라 여기고 음용해 500명 이상이 사망하기도 했다.

부동산 정책 역시 억지로 고액 부동산 거래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메탄올 자가치료와 다를 바 없다.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도 상승된 집값과 투기꾼의 불로소득만을 볼 것이 아니라 집과 토지를 둘러싼 역사와 맥락, 돈의 흐름, 그리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집에 대한 심리나 상징성 등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 돼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현실과 가장 가까운 모델을 만들고 새로운 정책을 펴기 전에 수천수만 번 시뮬레이션 해보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