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글밭] 요람에서 무덤까지

2020-07-13     충청투데이

남미옥 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1942년 베버리지는 사회조사 보고서에 사회보장의 기본을 설명하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표현을 썼다. 출생에서 사망까지 전 생애에 걸쳐 국가가 사회보장으로 국민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 문구는 복지국가를 상징하는 용어로 현재까지도 인용되고 있으며 더 나아가 '태내에서 천국까지'라는 표현으로 발전했다. 이제는 국민의 생애 전반에 걸쳐 국가가 안전과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해야 하는 시대다.

복지는 인간의 생애주기 별 의식주, 노동, 교육, 돌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욕구와 필요를 파악하고 지원한다. 인간은 부여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거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그 환경에서 배제되고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도태될 위험에 처한 사회 구성원을 지원하여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돕고 지원하는 것이 복지의 역할이고 의무라 할 것이다.


복지는 사람 중심의 특성 때문에 사회환경의 변화에 민감하다. 저출생,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노인복지와 아동복지, 돌봄서비스가 주된 복지 트렌드가 되었다. 청소년, 청년, 중장년에 대한 복지적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현실이다. 주요 복지 트렌드를 중심으로 국가의 복지정책이 기획되다 보니 학교 밖 청소년, 중장년 고독사와 자살, 가족의 해체 등의 문제가 해마다 심각해지고 있지만 복지 정책적 관심의 주된 대상은 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세상은 변화의 시점에 서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장 위협받는 세대는 중장년층이다. 이들은 직업문화의 변화, 의식의 변화, 산업구조의 변화로 조기 퇴직과 이직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준비되지 못한 중장년의 고뇌가 깊어지면서 사회적 갈등과 부적응, 가족의 해체와 노숙, 자살로 이어지는 사회적 비극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IMF를 경험한 우리는 이러한 종류의 어려움과 막막함을 익히 알고 있다. 사회와 노동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영세 상인, 자영업자 등의 삶이 점점 피폐해지고 있다. 개인은 이제 끊임없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각자도생이다. 언제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인간의 삶과 정신을 좀먹을 수밖에 없다. 노동으로부터 배제되며 나타나는 생계의 압박, 경제적·정신적 무력감은 인간을 절망으로 몰고 간다. 벼랑 끝으로 내몰렸을 때 잡아주는 손길, 나락으로 떨어지려 할 때 붙잡을 동아줄이 있다면 위기의 삶에서 벗어날 희망이 되지 않을까? 그런 사다리가 준비되어있는 사회가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복지사회이다.

사각지대 없는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 기본소득은 기존 복지정책의 경제적 지원이 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된다. 아울러 지금까지의 분절적이고 제각각인 영역별 복지서비스를 점검하고 정리하여 하나의 부처 아래로 통합, 조정할 필요가 있다. 전 생애 발달단계에 걸쳐 발생하는 문제와 각 사회 영역별 위기에 대비하는 지원계획이 총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인간의 전 생애에 걸쳐 마주칠 수 있는 위험과 위기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에 대한 총체적인 복지계획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사각지대 없는 사회안전망이 구축되어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이 될 것이기에.

이제는 그런 대한민국을 꿈꿀 때도 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