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픽]양손 가득 과자를 들고 나타난 노인의 정체는?

노년의 출향인이 홍북읍에 과자상자 들고 온 사연 홍북읍 출향인 이범순 옹, “60여년 전 고마움 못 잊어”

2020-01-06     정민혜 기자

지난 3일 충남 홍성의 한 행정복지센터에 노년의 신사가 들어왔다.

그의 양손에는 의문의 상자가 들려 있었는데 상자 안에는 한가득 과자가 담겨 있었다.

현재 충남 아산에 거주한다는 이범순(75) 씨는 60여년전 홍성 홍북읍에 살았다고 한다.

사진=홍성군 제공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이 씨는 어린 시절 다니던 홍북초등학교(당시 홍북국민학교)마저 중퇴하고 홍성을 떠났던 출향인이다.

홍북읍 용산리가 고향인 이 씨는 초등학교를 다니던 때 담임과 친구들과 함께 홍북읍 행정복지센터(당시 홍북면사무소)에서 청소 봉사활동을 했다고 한다.

청소를 마치자 당시 면장이 사무실 책상 서너 개를 잇고 그 위에 하얀 종이를 깔아 과자를 소복이 쌓아 주었다고 한다.

과자가 흔치 않았던 그 시절 면장과 담임 앞에서 누구하나 선뜻 손을 내밀지 못했다고.

두 사람이 옆 사무실로 들어가자마자 아이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양 손 가득 한 움큼씩 서로의 주머니에 과자를 가득 담느라 과자가 놓였던 하얀 종이가 갈기갈기 찢겨진 모습이 지금도 생생히 떠오른다고 이 씨는 전했다.

어느 해인지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당시 고마웠던 마음만은 고향을 떠난 후에도 내내 큰 힘이 됐고 60여년이 지난 뒤에도 그 고마운 마음을 떠올리며 홍북읍 행정복지센터에 과자 한 상자를 들고 방문하게 됐다.

이선용 홍북읍장은 “어려운 형편에 고향을 떠난 지 60여년이 넘었음에도 이곳에서 따뜻한 기억을 품고 방문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 “비록 사람도 바뀌고 시설도 변했겠지만, 따뜻한 정이 가득한 홍북의 분위기만큼은 그 옛날과 다름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같은 날 모교인 홍북초등학교를 찾아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 100만원을 기탁했다.

정민혜 기자 jmh@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