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픽]‘자유의 몸’ LA 다저스 류현진… 얼마나 받을까

사이영급 vs 내구성 문제… 전망 엇갈려

2019-10-12     노진호 기자

충청권 야구팬들의 올 ‘가을’은 허전하다.

한화이글스는 58승 86패 리그 9위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고, 류현진의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클레이턴 커쇼의 화끈한 불쇼로 예상보다 일찍 가을야구를 끝냈다.

국내에서도 바다 건너 메이저리그도 포스트시즌은 계속되지만, 아무래도 관심이 덜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제 야구팬들의 눈길은 ‘자유의 몸’이 된 류현진의 향후 행보에 쏠리고 있다.

역투하는 류현진. 연합뉴스

류현진은 KBO리그 2012시즌이 끝난 후 2573만737달러33센트의 역대급(역대 포스팅 금액 4위) 대박을 터트리며 다저스에 입성했다. 더불어 6년 3600만달러라는 기대 이상의 대형계약을 맺으며 팬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그는 데뷔 첫 해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의 수준급 활약을 펼쳤으며, 이듬해에도 14승 7패 평균자책점 3.38로 다저스의 통 큰 투자가 잘못된 판단이 아님을 입증해 냈다.

하지만 ‘괴물’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그는 2015년 왼쪽 어깨 관절와순 파열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으며, 2016시즌 복귀 후 단 한 경기만을 던지고 다시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이때만 해도 현지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전망을 비관적이었다. 어느 매체는 “어깨 수술을 받고 기량을 회복한 투수는 전체의 7%에 불과하다”며 류현진의 커리어가 끝날 수도 있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보통 그저 그런 투수가 아닌 ‘코리안 몬스터’였다. 류현진은 2017시즌 부활 조짐을 보인 후 2018년 7승 3패 평균자책점 1.97로 완벽히 제 기량을 찾았다.

류현진의 2019시즌은 눈부셨다. 다저스의 개막전 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그는 올 시즌 14승(NL 공동 6위) 5패 평균자책점 2.32(MLB 전체 1위)를 기록했으며, 올스타전 내셔널리그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서기도 했다.

지난 시즌 후 다저스의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한 류현진은 올 시즌이 끝난 후 FA 자격을 얻는다. 그의 FA에 대한 전망은 사이영상급 활약으로 ‘초대박’을 터트릴 것이라는 긍정적 시선도 있지만, 잦은 부상과 수술 이력, 8월 체력 저하로 인한 부진 등 내구성 문제를 지적하는 부정적 시선도 공존한다.

류현진의 장점은 무엇보다 ‘실력’이다. 그는 홈런의 전성기였던 올 시즌에도 단 17개의 홈런만을 허용했으며, 볼넷은 24개만을 내줬다. 특히 데뷔 후 두 번째로 많은 182.2이닝을 던지며 내구성에 대한 의심도 조금은 지워냈다. 또 올해 퀄리파잉 오퍼 수락으로 드래프트 지명권 보상권이 없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더불어 9월 마지막 3경기에서 21이닝 동안 3자책점만을 내주며 시즌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것과 워싱턴과의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승리투수가 되며 ‘빅게임 피처’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것도 FA 협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간과해선 안 될 류현진의 또 다른 무기는 바로 ‘슈퍼에이전트’ 스콧 보라스의 존재다. 보라스는 2001년 박찬호에게 5년 6500만달러, 2013년 추신수에게 7년 1억3000만달러라는 큰 선물을 안긴 바 있다.

류현진은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된 후 한 인터뷰에서 “나를 인정해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향후 행보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렇다면 그의 차기 행선지가 될 팀은 어디일까?

우선 가장 좋은 케이스는 다저스와 좋은 계약을 맺는 것이다. 내년 만33세가 되는 류현진은 아마도 금액보다는 기간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또 만37세를 앞두고 다저스와 3년 4800만달러에 도장을 찍은 리치 힐 케이스가 류현진 계약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리치 힐 계약규모와 류현진의 나이, 성적 등을 고려해보면 올 시즌 연봉과 비슷한 수준인 3년 5500만달러 정도면 다저스 잔류가 가능할 것 같아 보인다.

다저스가 아니라면 내년에 아빠가 되는 류현진은 좀 더 현실적인 이유로 캘리포니아주를 떠나지 않으려 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마운드 보강이 필요한 LA 에인절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다음 행선지가 될 가능성도 있다.

팀 전력상 류현진을 필요로 할 만한 팀들도 있다. 우선 추신수가 뛰고 있는 텍사스 레인절스도 후보 중 하나다. 텍사스는 내년이 새 홈구장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뛰는 첫 시즌으로 올해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나 선발투수진 보강은 그들의 시급한 과제다.

또 좌완 투수인 CC사바시아가 은퇴하고 JA햅이 부진한 뉴욕 양키스나 올 시즌 선발진 붕괴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디펜딩 챔프’ 보스턴 레드삭스, 올 시즌 후 팀의 제2선발 게릿 콜이 FA로 풀리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등도 류현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텍사스나 양키스, 보스턴, 휴스턴과 계약한다면 기간보다는 금액이 커질 확률이 더 커보인다. 그럴 경우 계약금액은 年 2000만~2500만달러 사이, 기간은 2년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외에 류현진 FA 계약의 또 다른 변수는 다른 대형 매물들의 움직임이다. 게릿 콜이나 뉴욕 메츠의 잭 휠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메디슨 범가너, 혹시 FA로 나올지도 모를 워싱턴의 스트라스버그 등의 선택도 류현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야구가 그렇듯 FA 시장의 결과 역시 아무도 모른다. 제발 류현진이 올 겨울 ‘좋은 소식’을 전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노진호 기자 windlake@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