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선거제도 돌아보게 한 회덕농협 사태

2019-07-28     충청투데이

대전 회덕농협의 전·현직 조합장이 전국 동시조합장 선거가 치러진 뒤 불과 4개월 만에 자진 사퇴하거나 구속되는 등 선거 후폭풍이 일파만파다. 불법 선거로 전 조합장이 자진 사퇴한데 이어 보궐선거로 당선된 조합장마저 구속되자 조합원들은 물론 지역사회의 시선이 곱지 않다. 선거운동 과열 등 전국 동시조합장 선거 전 우려했던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웃물이 이래서야 농민의 권익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겠는가.

농협 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던 박수범 대전 대덕구 회덕농협 조합장이 지난 25일 구속됐다. 박 조합장은 조합원에게 금품을 건네는 등 3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지난 6월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박 조합장은 취임 2개월도 안 돼 영어의 몸이 됐다. 앞서 지난 3월 치러진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에서 박 조합장을 물리치고 당선된 전 조합장은 검찰의 수사를 받던 중 자진사퇴했다.


자산 규모 약8900억원의 회덕농협은 지역에서는 비교적 큰 규모의 농협에 속한다. 조합장들의 잇단 물의를 지켜보는 소속직원과 조합원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비단 회덕농협만의 일이 아니다. 전국 동시 조합장선거가 각종 불법·탈법으로 얼룩지면서 여러 문제를 노정시켜왔다. 지난번 동시 조합장선거에서 불법행위로 입건된 인원만 400명을 넘는다. 이중 금품선거사범이 240여명으로 가장 많다.

조합장 선거엔 으레 '깜깜이 선거, 혼탁선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예비후보자 제도가 없고, 오직 후보자만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그 흔한 후보자 토론회도 열지 않는다. 이런 폐쇄적인 선거운동의 이면에 불·탈법이 도사리고 있다. 조합장은 억대에 달하는 연봉에 인사권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당선에 눈이 먼 후보들은 돈선거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회덕농협 사태는 조합장 선거제도를 되돌아보게 한다. 후보들의 의식과 자질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