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0대 국회, 세종 국회 분원으로 충청을 또 우롱할 것인가
2019-07-24 백승목 기자
세종시 국회 분원 설치 연구용역 결과가 조만간 발표된다. 우여곡절 끝에 집행된 연구용역인 만큼 이제 본격적인 논의를 이끌어 나갈 분위기 조성에 나서야 하는 시기다.
국회 분원 설치는 정치권이 국민과 한 약속이다. 정치권은 2012년 19대 총선 때부터 국회 세종 분원 설치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더욱 구체적인 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재미’만 보고나면 끝이었다. 말만 있고, 행동은 없었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국회사무처 등 이해관계자와 국회의원들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결국 충청 정치권이 이 문제에 대해 꾸준히 문제제기를 하며 집행을 이끌어냈지만, 이건 그야말로 힘겨운 첫 걸음 뗀 것 뿐이다. 용역결과가 나오면 또 다시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용역은 분원 설치를 위한 타당성 조사에 지나지 않는 만큼, 결국은 국회에서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는 뜻이다. 현행법에서 정부와 국회 간 행정 효율성을 높이려면 '세종 국회 분원’이 필요하다고 누구나 생각한다. 다만 애써 이를 외면할 뿐이다. ‘길 과장, 길 국장'이라는 행정 비효율을 해결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인정하지만, 막상 자신들이 세종으로 옮겨가는 것은 싫은 것이다. 국회를 바라보는 여론이 더욱 따가울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또 다시 충청권 표심을 위해 국회 분원 설치를 공약으로 내놓는다면 거센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정치권은 이미 수 차례 선거때마다 해당 공약으로 충청을 우롱해왔다. 올해 정기국회를 보면 진의를 알 수 있다. 국회법 개정안 처리와 예산 배정에서 ‘국회 본색’은 드러날 수 밖에 없다.
백승목·서울지사 취재부 sm100@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