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초보은
박일규의 서예이야기
2019-05-19 충청투데이
위무자(魏武子)에게 애첩이 있었는데 아들이 없었다. 위무자가 병에 걸리자 아들 위과(魏顆)에게 말했다. “꼭 개가를 시켜라” 그런데 병이 위독해지자 말을 바꾸었다. “꼭 순장(殉葬:강요된 죽음으로 딸려 함께 묻음)을 시켜라” 위무자가 세상을 떠나자 위과는 여자를 개가시키면서 말했다. “병이 위독하면 정신이 혼란스럽다. 나는 정신이 맑을 때 내린 명을 따르는 것이다”
진(秦)나라가 진(晉)나라를 침공하여 싸울 때 위과는 어떤 노인이 풀을 묶어 두회(杜回)를 막는 것을 보았다. 두회가 넘어져 고꾸라져 잡게 됐다. 그날 밤 꿈에 노인이 말했다. “나는 당신이 개가시킨 여자의 아버지요. 당신이 아버지가 정신 맑을 때의 명에 따랐기 때문에 내가 보답을 한 것이오”
그 후 진환공(秦桓公)이 진(晉)나라를 공격했고 위과는 왕명을 받들어 군사를 거느리고 진(秦)나라 장수 두회와 싸우게 됐다. 그러던 중 위과가 위태로움에 처했을 때 어떤 노인이 나타나 적군의 앞길에 풀을 잡아매어 두회가 탄 말이 걸려 넘어지게 만들었다. 위과는 이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고 두회를 사로잡았다. 위과는 그 노인이 누구이며 왜 자기를 도와주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날 밤 위과의 꿈에 그 노인이 나타나서 자신이 바로 위과가 재가시킨 서모의 아버지인데 자기 딸을 구해 준 은혜를 갚기 위해 싸움터에서 풀을 묶어 두회가 걸려 넘어지게 만들었다고 말을 해 줬다.
삼국시대의 촉(蜀)나라부터 서진(西晉)에 걸쳐 벼슬을 했던 이밀(李密)은 〈진정표(陳情表)〉에서 이 성어를 이용해 “살아서는 목숨을 바칠 것이요, 죽어서는 결초보은할 것입니다.(생당운수 사당결초:生當隕首 死當結草)”라고 썼다. ‘결초보은’이란 죽어서 은혜를 갚는다는 뜻이고, 살아서 은혜를 갚는 것은 ‘황작함환(黃雀銜環)’이라고 한다.<국전서예초대작가·청곡서실운영·前대전둔산초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