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규의 서예이야기] 격화소양
2019-04-21 최윤서 기자
답답한 일이 많았든지 비슷한 속담이 많다. ‘신 신고 발바닥 긁기, 버선 신고 발바닥 긁기, 구두 신고 발등 긁기, 木靴(목화, 사모관대를 할 때 신던 신. 바닥은 나무나 가죽) 신고 발등 긁기, 옷 입고 가려운 데 긁기’ 등의 뜻이 있다. 정작 본인은 어쩔 수 없이 신발을 긁고 있지만 옆에서 보면 신발 벗는 꾀도 못내는 어리석은 행위로 보인다.
麻姑搔痒(마고소양)은 麻姑 할미의 손톱으로 긁으니 시원하게 일이 잘 풀리는 것을 뜻한다. 소(搔)는 긁는다는 뜻으로 조직을 긁어내는 搔爬(소파) 수술에 쓰인다. ‘방망이를 들어 달을 치고 가죽신을 신고 가려운 곳을 긁는다.(봉봉타월 격화파양)’<無門關:무문관>는 말이나 ‘당에 오르니 어떤 사람이 빗자루를 들고 상을 두드리니 정말 가죽신을 신고서 가려운 곳을 긁는 것과 같다.
조선 후기의 학자이며 노론의 영수인 宋時烈(송시열) 같은 대학자도 학문의 미흡함을 격화소양(隔靴搔痒)이라 토로한다.
孟子(맹자)에서 浩然之氣(호연지기)가 나오는 浩然章(호연장)을 600번 읽으면서도 의미를 알 수 없다고 하면서 안타까워하는 재미있는 내용이 ‘宋子大全(송자대전)’에 나온다. 이 책은 尤庵(우암) 송시열선생을 孔子(공자), 朱子(주자)에 버금가는 성인으로 존칭해 송자라 한 데서 비롯한 것이다.
<국전서예초대작가·청곡서실운영·前대전둔산초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