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칼럼] 용서와 화해
허재영 충남도립대학교 총장
2018-12-23 충청투데이
일본군 위안부로 고통을 겪었던 할머니들은 '한일 위안부 합의’를 토대로 설립된 ‘재단법인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요구해 재단법인 출범 2년 4개월 만에 공식적인 해산 절차에 들어갔다.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의 진정어린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할머니들이 입은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일본정부로부터 받은 돈으로 위로하려고 하였지만, 피해당사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용서는 피해 당사자가 스스로 하는 것이어야 하며, 누군가가 대리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시절에 벌어졌던 국가권력에 의해 행해진 인권탄압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다. 며칠 전 1979년 부산·마산민주항쟁 당시 부산지역에 선포된 계엄 포고령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처벌 내용이 추상적이고 광범위해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월 29일 계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모씨의 재심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하였지만 김 모씨는 지난 5월에 이미 세상을 떠났고, 그래서 이번 법원의 판결은 ‘늦어버린 정의’가 되고 말았다.
피해자는 피해를 입는 순간부터 고통의 늪에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가해자는 피해자가 고통의 늪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처벌을 받는 것보다 용서를 받는 것이 속죄를 위해 앞서야 하는 일이다. 국가나 사회단체는 피해자들이 마음으로 용서할 수 있도록 먼저 가해자에게 사죄를 요청하여야 한다. 피해자의 아픔을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해하지 않고서는 용서와 화해의 단계에 이르기는 어렵다.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울어줄 수 있어야 용서와 화해는 실현될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용서와 화해와 사랑의 메시지로 받아들여지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