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이 하나되는 고향이 그립다
2018-11-22 충청투데이
내고향 보은군 보은읍 길상리 150번지. 그곳은 나의 초등시절까지 나의 꿈과 희망을 공유하던 공간이다. 아니 꿈과 희망보다는 자연과 하나되어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 주었던 공간이다.
식량이 부족했던 시절 주위의 모든 생물들의 우리의 식량이었고 그것도 부족하면 애써 일구어 놓은 보리, 콩 등을 서리하여 길옆에서 군불을 피워 그을려 먹었다. 논물꼬에 고무신을 담그면 미꾸라지가 가득 담겨 올라왔고 야산의 계곡속에 횃불을 들이대면 가재가 반가운 듯 나와 우리의 식량이 됐다. 논과 또랑을 오가던 개구리 밭과 거리를 어스렁 거리던 뱀 등은 우리의 영양식이었다.
동네 뒤편에 자리한 민둥산은 우리의 전쟁놀이터가 되었고 타잔 놀이터가 됐다. 산속의 굴은 참호과 나뭇가지들은 위장과 총을 대용해 주었다. 동네 가장자리와 동네어귀를 흐르는 냇천을 우리에게 훌륭한 물놀이 장이었다. 동네 어느곳도 동네주위 어느 장소도 우리의 먹을거리, 놀거리를 제공해 주는 식량창고요 놀이공간이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옛 추억을 더듬을 때가 없다. 다만 쓰러져가는 골목길에서 옛 향수를 발견할수 있다.
문득 가곡 ‘내놀던 옛동산’이 기억이 난다. “내 놀던 옛동산에 오늘와 다시 서니 산천의구란 말 옛시인의 허사로고 예섰던 그 큰소나무 버혀지고 없구료. 지팡이 도루짚고 산기슭 돌아서니 어느해 풍우인지 사태져 무너지고 그 흙에 새솔이 나서 키를 재려 하는구료.”
불과 50년 전 그땐 분명 자연과 사람이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던 공간이었다. 전체적인 빈곤으로 인해 배는 고팠어도 함께 즐검움을 향유할 수 있던 공간이었다. 그 속에서 함께 꿈을 키우고 함께 위로하며 함께 살았다.
자연이 망가지면서 젊은이들은 떠나고 산업의 찌꺼리와 노인만이 지키는 내 고향 보은 길상리. 짙푸른 공간을 뛰어다니는 아이들, 동네 개울에서 멱을 감는 아이들, 서리를 끝내고 입술에 검은 치장을 한 아이들, 논과들로 뛰어다니는 아이들. 자연과 사람이 하나되는 고향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