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합창단 멘델스존 엘리야…음악적 성취 넘어선 진정한 종교음악 면모 보여줘
2018-09-05 충청투데이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지난달 30일 대전시립합창단은 대전시립교향악단과 협업으로 멘델스존 엘리야를 대전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렸다. 구약성경 예언자 엘리야와 관련된 극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오라토리오 엘리야(Elias, 1846)는 19세기 종교음악의 역사성을 띠고 합창음악을 대표하는 걸작이다.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멘델스존이란 한 음악가를 규정하는 종교적 정체성과 그가 합창을 통해 무엇을 이루려고 했는지 파악하는 것이 일차적이다.
따라서 엘리야의 성공이란 단순히 연주를 잘 해내는 기술적 부분을 넘어서 최종 목표인 신앙의 가치를 진정으로 전달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엘리야는 독창, 중창, 합창 총 43곡, 2부로 구성돼있다. 바로크 음악 형식인 오라토리오에 풍부한 관현악법과 서정성 넘치는 낭만적 감성이 충만하다. 전곡에 걸쳐 감동적인 메시지와 균형잡힌 울림이 근간을 이루며, 엘리야가 믿는 하느님과 이교도의 바알신이 불의 대결 장면을 벌이는 1부 끝 부분이 음악적으로 가장 클라이맥스를 연출한다.
톨 지휘자가 이끄는 대전시립합창단은 가사 내용에 따라 극적 대비를 정교하게 조율하며 분노와 자비, 갈등과 화합이 야기하는 감정표현을 탁월하게 이끌어냈다. 특히 엘리야 역 베이스 정록기와 테너 김세일, 소프라노 조윤조, 알토 김선정 이 네 가수는 맡은 배역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입체감있는 생생한 작품을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가수 한 명 한 명이 매번 감정표현을 섬세하게 표현해야 그 의미가 온전히 전달되는 오라토리오 특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단지 기악적 흐름에 익숙한 오케스트라 반주가 성악곡이 지닌 섬세한 느낌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받쳐주는 데는 더 많은 노력과 경험이 필요하다.
대전시립합창단의 멘델스존 엘리야는 음악적 성취를 넘어 진정한 종교음악의 면모를 보여줘야 하는 두 가지 목표를 훌륭히 해내며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수준높은 음악적 완성도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하는 대전시립합창단의 노고가 빛을 발한 연주였다.